1903년,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가 하늘로 비상했다. 1983년, 인류 최초의 휴대전화가 발명되었다. 그리고 2017년 지금, 새들만의 것이었던 하늘은 인류의 것이 되었고,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인류의 기술은 산업 혁명 이후 불과 200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지금도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신기술을 향한 고속도로에서 조금 벗어나, 갓길에 선 사람들도 있다. 나의 친구의 아버지는, 레코드(LP)를 듣는 것을 좋아하신다. 레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면, CD나 MP3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깊은 음색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더 깊은 음색은 잘 모르겠고, 되게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겨울, 친구들과 대만 여행을 준비하던 중, 한 여행 작가가 쓴 글을 읽었다. 그는 여행을 갈 때,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필름 카메라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될 때, 필름카메라를 사용한다고 했다. 필름카메라로는 36장밖에 찍을 수 없기에, 셔터를 누르는 그순간마다 디지털카메라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 글을 읽고, 별 생각없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1회용 카메라를 샀다. 대만에 도착해서, 카메라 포장을 뜯으니, 옆에 있던 친구가 구석기 유물을 가져왔다고 농담했다. 여행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마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27장밖에없다고 생각하니, 휴대폰 카메라라면 아무 생각없이 눌렀을 셔터를, 되게 신중하게 눌렀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친구들이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궁금해했다. 인화를 하기 위해서는, 집에서 꽤 멀리 있는 사진관으로 가야 했고, 인화하는데도 3일이 걸렸다. 결과물을 보니,27장 중 일부는 손가락이 함께 찍히거나, 빛이 너무 강해 피사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사진은 괜찮은 결과물이었고, 디지털카메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필름 사진을 보면, 사진 찍을 때 그때의 분위기, 생각을 모두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셔터를 누르는 휴대폰 카메라로는, 경험하지 못한것이었다.

신기술을 향한 고속도로의 종착지는 4차 산업이라고 말할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더 빠른 것, 더 편리한 것에 집중한다. 새로운 기술에만 집착하다 보니, 옛 것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만의 매력을 너무 무시한 것이 아닐까. 한 번쯤은 갓길에 멈춰서, 아날로그의 매력을 살펴보자. 멈춘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것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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