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소형제트여객기시장에 출사표

  보잉(Boeing)과 에어버스(Airbus). 세계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는 가장 큰 두 항공기 제작사이다. 제트여객기는 설계 및 제작 기술이 매우 까다로워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전 세계를 통틀어도 이 두 회사 외의 제트여객기 제조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제트여객기 시장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민 두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일본과 중국이다. 과연 그들은 어떤 제트여객기를 개발하고 있을까?

기술력의 일본

  일본의 MRJ(Mitsubishi Regional Jet)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쓰비시그룹의 미쓰비시중공업과 도요타의 합작회사인 미쓰비시항공기(Mitsubishi Aircraft Corporation)가 제작하는 제트여객기의 시리즈명이다. 1962년 생산된 일본 최초의 상업용 항공기인 YS-11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진 국산 항공기이며, 프로펠러 항공기였던 YS-11과 달리 최초의 제트여객기이다. 현재 MRJ70과 MRJ90의 두 가지 시리즈로 개발되고 있으며, 추후 MRJ100X시리즈도 개발될 예정이다.
  MRJ시리즈는 100석 이하의 소형 항공기로 캐나다의 봄바르디어(Bombardier)의 항공기 등 주요 소형항공기들과 경쟁이 가능하다. MRJ시리즈는 MRJ90을 기준으로 현존하는 100석 이하의 소형 항공기보다 20%이상 적은 연료를 소모하여 경제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또한 일본 동경을 기준으로 괌 이상을 날 수 있기 때문에 중거리 비행에도 강하다. 경쟁기종에 비해 소음이 40% 이상 감소했으며, ICAO CAEP(Committee on Aviation Environmental Protection)의
기준에서 경쟁기종보다 우수한 면모를 보인다.
  MRJ시리즈 개발은 정부가 지원하는 제트여객기 개발 프로젝트로 미쓰비시 뿐 아니라 일본 정부에서도 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개발비가 수천억 엔을 넘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자금 압박이 상당하며, 이를 최소화하며 개발하느라 일정이 다소 늦춰지고 있다. MRJ시리즈는 2011년 초도비행, 2013년 항공사 인도를 시작할 예정하였지만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2014년 시제 1호기가 제작되었고, 2015년 11월에 초도비행에 성공했
다. 그러나 2018년으로 미루어진 런치 커스터머 전일본공수(ANA)로의 인도시기가 2020년 중반으로 미루어질 수 있다고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이 밝힘에 따라 첫 인도까지의 여정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력의 중국

  중국은 COMAC(Commercial Aircraft Corporation of China, Ltd)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여객기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의 군용기 제작 업체인 청두항공공업, 시안항공공업, 선양항공공업, 상하이항공공업을 합작해 출범한 회사다. 설립 당시 자본금이 27억 달러(약 3조 1천억 원) 규모로 막대한 자금력을 뽐낸다. 현재 ARJ21시리즈와 C919시리즈를 개발했으며, 중국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두 시리즈 모두 수백대의 수
주를 받은 상태다.
  ARJ21시리즈는 COMAC의 첫 여객기로 약 100석 규모의 소형 항공기이다. 2002년 중국의 5차 5개년 계획에 의해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2008년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청두항공이 가장 먼저 인도받아 2016년 첫 상업운항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18개 항공사로부터 약 400대에 이르는 주문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C919시리즈는 약 160석 규모의 중국 최초 중대형 민간 항공기로 보잉의 B737시리즈나 에어버스의 A320시리즈와 비슷한 크기의 항공기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강력한 내수시장의 힘과 동급 항공기에 비해 20~30%정도 저렴한 가격경쟁력으로 아직 최초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7개 회사로부터 730대 이상의 주문을 받는 등 이미 상당한 고객층을 확보한 상태이다.
  생산 초기에 이미 상당한 고객층을 갖춘 COMAC의 항공기지만 아직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가장 우선인 것은 미국연방항공청(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내항증명이다. 내항증명은 세계 항공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항공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COMAC의 항공기들이 미국연방항공청과 유럽항공안전청의 내항증명을 받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산에 대한 불신을 잠식시키기 위한 검증과정도 필요하며, 70여개에 불과한 C919의 협력업체와 낮은 수준의 국산화율도 보완해야할 과제다.

시사하는 바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항공기 개발에 있어 제트여객기 개발은 그 난이도가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과 상당한 자본력을 요구한다. MRJ 시리즈 개발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도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다수의 군용기를 제작한 만큼 항공기 제작에 상당한 경험을 보유한 회사다.
  게다가 일본은 비록 제트여객기는 아니지만 프로펠러 여객기인 YS-11을 제작한 경험이 있으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도 옛 소비에트 연방의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군용기를 제작한 경험이 있지만, 제트여객기는 C919가 두 번째다. 이만큼 만들기 어려운 제트여객기에 도전하는 양국의 모습은 항공 산업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도 여객기 제작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994년에 대한민국과 중국의 정상이 2000년까지 100인승 급의 여객기를 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끝에 2년 만에 합의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우리나라는 여객기 개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중국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2002년 ARJ21 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2006년 대형 여객기 국산화를 국가 중대 프로젝트에 포함하는 등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끝에 자체 제트여객기를 생산해냈다.
  일본과 중국은 집념을 가지고 제트여객기를 개발해냈고, 단순히 여객기 개발을 뛰어넘어 항공 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제트여객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은 끊임없는 노력과 그것을 있게 한 집념, 그리고 정부의 꾸준하면서 아낌없는 지원, 이 모든 것들이 하나를 이루어 제트여객기 한 대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도 민관이 하나 되어 끈기 있게 노력하는 일본과 중국의 태도를 본받아 항공 산업의 도약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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