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을 다니냐는 물음에 한국항공대학교를 다닌다고 답하면 많은 사람이 그럼 비행기를 타냐고 되묻는다. 여학생의 경우는 스튜어디스를 할 것이냐는 질문을 되받기도 한다. 작성자 또한 최근에도 이런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공대학교에 다니는 모든 사람이 비행기를 타는 것은 아니라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받게 되니 나중에는 귀찮아서 그렇다고 말하거나 대충 얼버무리며 다른 화제로 넘기기도 했다. 학교 이름이 비행기와 관련되어있기에 그들에게 그런 의문을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번 설명하기가 귀찮기 그지없고, 어떤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최근에 작성자는 계획에 없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한 달 안에 복근을 만들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친구와의 내기 때문이었다. 당시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서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왔을뿐더러 나름 자존심이 상했기에 다소 무리한 내기를 하게된 것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니 평소에 먹던 것들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운동 시간은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게 되다보니 본인이 느낄 만큼 전보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졌다.

  다이어트를 시작했으니 자연스레 대부분의 육류 섭취는 닭가슴살, 탄수화물 섭취는 물론 쌀밥도 먹지만 바나나, 고구마 같은 것들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육류는 무조건 닭가슴살, 탄수화물은 무조건 바나나와 고구마를 먹는 것이 아니다. 단백질은 지방 함유량이 적은 돼지 목살, 여건이 된다면 소고기, 연어 등 다양한 단백질을 섭취해도 무방하고, 탄수화물은 흰쌀밥 대신 현미밥, 잡곡밥 등 다양한 대체 음식이 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지방 섭취를 하지 않거나 단백질은 닭가슴살, 탄수화물은 바나나만 섭취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항공대학교에 운항학과만 있지 않은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조건 안 먹는다고만 생각해서 그런지, 돼지를 먹을 때나 소고기를 먹을 때나 식사를 할 때 ‘그거 왜 먹냐’, ‘쟤 그런 거 못 먹는다’ 와 같은 말을 한다. 앞서 말한 항공대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비행기를 타냐’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느껴졌다. 항공대학교라는 이름이,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그들에게 주는 느낌을 그들의 질문과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항공대학교’ 질문과 같이 ‘다이어트’에 관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게 되니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매 순간 같은 질문을 하거나 같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답을 하는 것에 급기야 짜증이 났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고 같은 대답을 여러 번 하거나 해명을 해야하는 사람의 입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질문을 하는 것은 대화를 이어가거나 좋은 대화 분위기를 이끄는 데 분명 큰 몫을 한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을법한 사람에게 질문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스스로 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쩌면 항대인이라면 갖춰야할 능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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