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그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과거의 유행이 또 다시 유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기와 상관없이 꾸준하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가 있다. 바로 복고문화이다.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늘고 길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다는 점이 복고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복고라고 하면 빵집에서 소개팅을 하던 시절이나, 연인끼리 손잡고 즐기던 롤러장, 또는 촌스러운 패션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복고의 범위가 그 때 그 시대에만 국한된다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복고가 사랑받는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속촌을 비롯한 여러 관광지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실제로 체험해보지 못한 부모님 세대의 교복이나 놀이를 체험하며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수십여 년 전의 문화를 향유하는 현상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0대의 젊은 세대들도 짧게는 5년 여, 길게는 10년 여 전 학창시절의 문화들과 유행을 그리워하며 그 때 즐겨 먹던 불량식품을 먹거나, 즐겨하던 게임을 한다. 복고문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도 복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특히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젊은이들도 즐겨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젊은 세대들은 간접적으로나마 당시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복고라고 하면 단순히 옛 놀이를 하거나 유행이 지난 옷들을 꺼내 입는 식의 행위만을 생각하곤 하지만, 이제는 복고의 형태가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글씨체 중에는 옛날 가게 간판의 글씨체를 본뜬 것들이 상당히 많다. 이 뿐만 아니라 카페나 음식점, 심지어 술집까지도 길게는 수십 년 전의 분위기를 따라 내부를 장식한 곳들이 상당히 많이 생기고 있다. 또한 예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오래된 서점이나 빵집들이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서촌 골목에 자리 잡은 ‘ㄷ서점’이라든지 장충동의 ‘ㅌ빵집’ 등 오랜 역사를 간직한 상점들이 주말마다 여러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이제 개개인의 행동에만 그치던 것이 대중들의 문화적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위치로 파고든 것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 또는 젊었을 시절의 추억에 대해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점점 삶이 힘들어질수록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져 그럴지도 모른다. 지쳐가는 삶 속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잠시 그 때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의 어린 시절, 젊은 청춘이 담겨있는 복고. 지친 마음의 안식처로 돌아가 보자.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