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10, C-17, An-124, SR-71…. ‘항공기’를 떠올릴 때, B747이나 A380 등의 여객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 이번엔 낯선 이름에 주목해보자. 항공기를 도와주는 항공기, 대형 화물들의 항공기, 그리고 항공기를 지키는 항공기까지. 공중급유기와 수송기, 정찰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항공기를 도와주는 항공기

 만일 비행 중인 하늘에서 연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항공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나 전투기와 같이 예상치 못한 적과 만나거나, 갑작스레 목표물이 변경되고, 적을 쫓아 장시간을 비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비행 중 연료의 부족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주유소,’ 공중급유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최초의 공중급유는 1923년 미 육군 항공단 소속 DH-4B 복엽기가 연료탱크에 호스를 장착해 비행중인 다른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한 것이

었다. 사람이 직접 연료를 들고 급유가 필요한 항공기로 넘어가 연료 탱크에 연료를 채워 넣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항공기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비행고도 또한 낮아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1948년 미국에서 전략폭격기인 B-29를 개조해 공중급유기 KB-29M을 만듦으로써 본격적인 공중급유기 개발이 시작되었다. 1957년에는 B707 여객기를 개조해 공중급유 전용기인 KC-135를 전력화했다. 현대의 공중급유기는 발달된 기술을 바탕으로 단순히 공중급유 임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병력과 화물 수송이 모두 가능한 다목적 항공기로 발전했다.

 공중급유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프로브앤드로그(Probe and Drogue)’이다. 프로브앤드로그는 급유를 받는 항공기에 ‘프로브’를 장착하고, 급유를 하는 항공기에 ‘드로그’를 장착해 이 둘을 호스로 연결, 이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급유 체계가 간단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공중급유의 용도로만 사용되는 전용 항공기를 개발하지 않고 수송기를 개조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호스를 사용하기에 연료 주입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연료를 받아야 하는 대형 항공기는 이 방식을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두 번째는 ‘플라잉 붐(Flying Boom)’이다. 급유기의 꼬리 쪽에 크고 굵은 파이프를 아래로 내려 급유 받을 항공기에 꽂아 넣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는 급유기에는 붐 오퍼레이터라는 전문 승무원이 탑승해 미세하게 급유 파이프를 조작한다. 파이프가 굵고, 전문 승무원이 탑승하기 때문에 연료 주입 시간도 줄어들어, 대형 항공기가 주로 이 방식을 사용한다.

미국 맥도널 더글라스의 공중급유기 KC-10 (출처: 위키피디아)

 

대형 화물들의 항공기

 탱크와 헬기, 미사일 등의 전쟁 물자를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옮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형 화물들의 항공기, 수송기이다.

 수송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공수작전을 위해 처음 도입되었다. 공수작전이란 공중수송수단을 이용해 인원, 장비, 물자를 나르는 작전으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작전이다. 실제로 미 육군의 공수작전에 800여 대가 넘는 C-47 수송기가 동원되어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을 가져온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항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송기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기존의 피스톤 엔진이 아닌 가스터빈 엔진이 사용되어 항속거리 및 탑재량이 대폭 향상되었고, 1960년대 중반에는 제트 엔진이 도입된 수송기가 나타나기에 이른다. 수송기의 종류도 전략 수송기(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후방의 주요 기지까지 수송할 수 있는 수송기)와 전술 수송기(부대를 이동‧전개시키고 장비와 물자를 수송하는 수송기)로 자세히 구분되었다. 현재 운용중인 대형 수송기는 199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미 공군의 가장 대표적인 수송기인 C-17은 1991년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유럽이 공동으로 개발한 A400M 수송기는 2009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2013년부터 계속해서 생산중이다.

 그렇다면 수송기의 실제 수송력은 어떨까. 앞서 언급한 C-17는 최대 77.52톤을 수송할 수 있다. AH-64 공격헬기 3대, M2 브래들리 장갑차 3대, 혹은 험비 10대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정도다. 우크라이나의 안토노프에서 제작한 An-124의 적재중량은 150톤으로, 100톤이 넘는 기차를 수송하기도 했다.

 

항공기를 지키는 항공기

 하늘을 나는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안정적인 기상 상태도 필요하고, 원활한 항공교통의 흐름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항공기가 공격당하는 등의 대형 사고를 방지하고 국가의 안보를 단단히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안전한 하늘이 필요하다. 이를 도와주는 항공기가 바로 ‘정찰기’다.

 항공기가 없던 시절에는 정찰기의 역할을 열기구의 모양을 한 기구가 대신했다. 단순한 기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찰기 한 대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적의 정찰기를 총으로 쏘거나 벽돌로 공격하는 등의 일도 빈번했다. 그리고 1903년, 본격적인 동력비행기가 등장하고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점차 항공기의 모양을 갖춘 정찰기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55년, 록히드 마틴의 U-2 정찰기를 시작으로 점차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정찰기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U-2의 뒤를 이어 제작된 정찰기는 1964년 개발된 SR-71로, 이것은 지상 85,000피트(약 26km)의 높이를 마하3(약 3600km/h)의 속도로 순항비행이 가능하다. 또, 최초의 스텔스 설계가 적용되어 당시 존재했던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로는 요격할 수 없었다.

 오늘날의 정찰기는 운용 목적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전술 정찰기로, 주로 전선 근처에서 활동하는 정찰기를 일컫는다. 전선 근처에서 적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시설물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선 낮은 고도로 비행해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F-16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전략 정찰기다. 전략 정찰기는 적의 후방 깊숙한 곳을 정찰하는 것으로, 국경 근처를 높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인공위성의 도움을 받아 적진을 탐색한다.

록히드 마틴의 정찰기 SR-71 (출처: 위키피디아)

화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지만 하늘에 없어선 안 될 항공기들. 앞으로는 여객기만이 아닌 다른 항공기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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