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냐 먹튀냐, 안개 속에 가려진 의도

▲ 존폐의 기로에 놓인 한국GM 군산공장(출처: YTN)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GM(General Motors)이 한국에서 철수 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고경영자인 메리 바라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투자 분석가들과의 전화회의에서 “한국GM의 합리화 또는 구조조정 조치를 검토 중이다.”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메리 바라는 “이윤을낼 길이 안 보이면 떠날 것”이라고 말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GM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현실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철수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군산공장이 생산을 중단했고 13일에는 5월에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공장별 신차배정 기간 직전인 2월 말까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겠다며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GM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큰 타격을 입은 기업 중 하나다. 이후 이익 중심의 경영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한국GM은 최근 몇 년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으며 자본금이 바닥을 보였다. 한국GM은 지난 4년 간 2조 5,000억 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2,700만원이 올라 상당한 자금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을 겪고 있던 해외 지점들을 줄줄이 폐쇄시킨 GM으로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지사를 개혁할 필요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GM은 지난 1월 정부부처에게 회생을 위해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GM 측은 △2월 만기 대출금 5억 8천만 달러에 대한 담보 제공 △GM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에 대한 출자전환 시 지분비율만큼 산업은행 참여 △약 28억 달러 상당의 신규투자계획에 대해 지분비율만큼 산업은행 참여 △1억7,000억 원 상당의 세제혜택 및 현금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22일 정부와 산업은행은 차입금 출자 전환 요구 거부와 조건부 신규투자의 입장을 냈다. 신규투자의 경우 조속한 시일 내에 실사를 진행한 뒤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GM 측은 실사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부 측은 담보 요구에 대해서도 거부할 예정이다. 부실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회생에 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책임 있는 GM의 역할 △노사 간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협상 3대원칙으로 밝히며 기본 틀을 명확히 했다. 이와 더불어 공식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도 먹고 튀나

  외국계 다국적기업이 이른바 ‘먹튀’하는 모습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미 론스타 등 국내에서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이번 한국GM의 경우도 사실상 ‘먹튀’하려는 의도가 아
니냐며 상당한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GM은 이미 호주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GM은 호주공장의 생산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호주 정부에 지원금을 요구했다.
호주 정부는 2001년부터 12년 간 1조 7,000억 원을 지원했지만, GM은 지원금이 끊기자마자 바로 호주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와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지원금만 챙기고 철
수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다. 또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이용해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며 비난 여론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추산으로 군산공장이 폐쇄될 경우 약 16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GM 측이 예고한 폐쇄 일정인 5월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호남권 표심이 중요한 여당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예민한 시기를 기한으로 정해 정부가 자신들의 의도에 말려들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 기자 간담회를 가지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출처: 한국경제TV)

정부, 원칙 지키면서 협상해야

  국민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세금으로 지원금이 나가는 만큼 정부는 제시한 원칙을 가지고 휘둘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GM은 해외 지사에 과다한 연구개발비 책정, 고금리 대출, 높은 부품 원가 책정 등으로 본사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결국 지속된 한국GM의 적자도 GM 측의 무리한 운영방식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GM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수많은 국민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만큼, 개선여지와 의지가 증명된다면 과감한 지원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에게는 주어진 조건들의 면밀한 검토와 함께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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