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학우 "실질적인 화재안전교육 필요해"

사망자 50명, 부상자 142명. 지난 1월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사상자 수다. 그리고 사망자 0명, 부상자 8명. 지난달 3일에 발생한 세브란스병원 화재의 사상자 수다. 한눈에 보아도 그 피해 규모의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가 나타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소방당국과 경찰의 사고 조사에 따르면, 그 원인은 ‘화재 시설’과 ‘대피 훈련’에 있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경우, 화재 발생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세종병원은 매년 한 차례씩 자체적으로만 소방 훈련을 실시했으며, 소방서와 합동으로 실제 대피 훈련을 실시한 적도 없었다. 반면에,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고, 화재 대피 훈련 또한 서대문구청의 지휘 하에 매년 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실시되었다. 이렇듯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와 평소에 대피훈련을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가 그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화재안전교육이 필수적이다.

 

화재안전교육, 제대로 되어야…

 본지는 화재안전교육 실태 조사를 위해 지난 2월 14일 서울역에서 일반인을 1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생활공간에서 화재시설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8.5%(49명)가 ‘네’에, 나머지 51.5%(52명)는 ‘아니오’에 응답했다. 응답자의 일부는 “말로만 듣는 것 보다 직접 소화기를 사용하는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대로 된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의 대부분은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주기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본교 학우들은 어떨까. 본지는 SNS를 통해 2월 19일부터 2월 21일까지 3일간 동일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교 학우 98명이 응답한 이 설문조사에서 화재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45.9%(45명),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은 54.1%(53명)였다. 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비슷한 결과였다. 그러나 학생의 입장에서 제시한 의견들이 돋보였다. ‘교육에 대해 어떻게 느꼈습니까?’라는 추가 질문에는 “기숙사에서 실시한 적이 있다.”며 “사감을 포함한 관리자들이 모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화재가 아닌 다른 이유로 경보음이 잘못 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런 경우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은 “생활관에서는 화재안전교육이 실시되었는데 정작 강의실에서는 실시된 적이 없다.”며 “수업 중에 화재가 날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학생들은 “요즘 발생하는 화재 사고를 보면 제대로 대피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재 시 대피 요령 등이 정리되어있는 간단한 책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방훈련, 소방서와 함께해야…

 그러나 화재안전교육이 실시된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현행 소방법상 소방훈련은 11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지만 사업장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기에 형식적인 절차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소방서와 합동 훈련을 실시하려면 사업장이 따로 소방서에 협조 요청을 해야 가능하다. 이에 대해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방서와 합동으로 하는 소방훈련이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사업장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소방훈련은 어떤 훈련을 했는지만 기록해 소방당국에 제출하고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례로 피해 규모가 현저히 작았던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서대문소방서와 함께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사상자 구급대응은 물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상황까지 가정하고 평소 화재 교육과 대피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교, 소방서와 합동 교육 매년 실시

 한편 본교는 자체 훈련과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자체 훈련은 연 2회 실시되며 학생들이 24시간 생활하는 공간인 생활관에서 진행된다. 훈련은 본교 시설팀의 주관 하에 소방시설점검 및 소방대피훈련이 실시되고, 심폐소생술교육과 소화기사용교육도 실시된다. 소방서와 함께하는 합동 훈련은 매년 1회 실시하고 있다. 고양소방서의 협조를 받아 진행되는 합동 훈련은 본관과 학생회관을 중심으로 먼저 진행한 뒤 활주로와 격납고로 이동해 다시 진행한다. 합동 훈련을 위해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하고, 소방관의 지시 아래 대피 훈련 및 화재안전교육이 실시된다. 소방시설의 외관점검 및 기능시험은 매년 2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피난설비의 외관점검은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소화설비와 경비설비의 기능시험은 3월과 9월에 진행된다. 소방설비기구의 청소는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필요해

 그러나 실질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참여자의 태도가 적극적 않다면 화재안전교육은 무용지물이다. 본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사람들이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해 진지한 자세로 임하지 않는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교내 화재안전교육과 소방훈련을 주관하는 본교 사무처 총무팀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년 자체훈련과 소방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한 실정”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안 그러겠지’, ‘설마 불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은 곧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져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교육자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교육을 실시하고, 이에 임하는 사람들은 진지한 태도로 교육에 임한다면 화재로 인한 피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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