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폭로 잇따라… 이게 진짜 적폐

  문화예술계가 잇따른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 교수, 연출가 등 예술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이로부터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스스로 밝히는 이른바 ‘미투(Me too)’운동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 성추행 논란 인터뷰가 문화예술계 성추문 폭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성추문은 지난달 14일 극단 미인의 대표 김수희 씨가 이윤택 연극연출가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씨는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받는 것이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성기 주변을 문지르게 시키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이후 김보리(가명) 씨는 “물수건으로 나체 닦기 등의 성추행을 당했다.”며 “극단에 있었던 19살 때와 극단에서 나온 20살 때, 총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결국 한국극작가협회는 지난달 17일 이 씨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극단 나비꿈의 대표 이승비 씨와 배우 김지현 씨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오히려 논란이 커졌다. 특히 김지현 씨는 이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낙태까지 경험했다고 밝혀 충격을 자아냈다. 이 씨는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성추행은 맞지만 성폭행은 아니다.”라며 “성행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성폭행과 관련된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씨가 속해있던 연희단패거리에서 2008년부터 활동한 배우 오동식 씨는 “성폭행은 사실이었다.”며 “기자회견을 리허설 했다.”고 폭로하여 오히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원들이 계속해서 폭로를 이어가는 가운데 앞으로도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배우이자 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인 조민기 씨도 성추문에 휩싸였다. 이윤택 씨 관련 폭로처럼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청주대학교 홈페이지에 “조민기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제보가 들어왔고, 포털사이트에도 증언이 이어지며 논란이 일었다. 조 씨는 이미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제보로 올해 초부터 정직상태였다. 조 씨는 접촉은 있었지만 격려 차원이었다고 밝히며 “특정 세력의 악의적인 음해”라는 등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자 졸업생 송하늘 씨가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리며 세세한 성추행 사례를 폭로했다. 송 씨는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다.”며 “조 교수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조 씨는 학교 주변에 오피스텔을 얻어 수시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이후 만취할 때 까지 술을 먹이고 신체적 접촉을 일삼았다. 송 씨는 이어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성추행 사례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다.”며 공연 연습 과정에서 “너는 이 장면에서 이만큼 업이 되어야 하는데 흥분을 못하니 돼지발정제를 먹어야겠다.” 등의 성적 희롱을 하며 수치심을 줬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다른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조 씨는 드라마에서 하차했으며, 경찰은 내사에 들어갔다.

▲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들의 성명서 (출처: 성폭력 반대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 모임 페이스북 캡쳐)

권위적 업계 구조가 가장 큰 문제

  문화예술계의 성추문은 이번 뿐 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수차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번에도 고은 시인, 이윤택 연극연출가, 조민기 씨 외에도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폭로의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잇따르는 성추문은 폐쇄적인 문화예술계 구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문화예술계는 구조상 유력 인사가 상당한 권력을 가지게 되고, 그 사람의 눈 밖에 나면 업계에서 자리를 잡기 매우 어렵다. 또한 권력을 이용해 연극 배역, 출연 여부 등 영역 전반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인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띄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업계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요구에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번 사건들도 유력 인사들이 자신의 위계를 이용해 저지른 것들로 문화예술계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 각 계로 성추행 및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출처: 시사저널)
▲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여론이 확대됐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정부는 이번 달부터 문화예술계의 장르별 성추행 상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성폭력 실태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통해 성폭력 등이 밝혀지면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등 제제를 가할 예정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윤택 씨에 대해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비난했다. 지난 22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문화예술계의 성추문과관련하여 자체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도 지난달 27일 포럼을 진행하며 성폭력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정부의 제제와 함께 시민단체들의 노력에도 근절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고착되어온 폐쇄적 구조로 인해 피의자 또는 가해자가 해당 분야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면적인 해결책보다는 업계 구조의 변혁 등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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