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도 해외여행 인파 급증

  올해 설 명절 기간에 국내보다는 해외여행 수요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9일, 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이 이번 설 명절 기간 항공권 예약 기록 6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설 명절 기간보다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209% 급증했다. 올해 설 명절 기간 국내 항공권 예약 건수는 작년보다 37.5% 하락했다.

  여행사의 경우도 같았다. 2월 11일, 해외여행 업체인 하나투어의 해외 단체여행상품으로 올해 설 연휴 기간동안 출발할 예약 인원은 약 45,000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기간의 38,700명보다 15.5% 늘어났다. 동일업계 모두투어도 같은 기간 해외 여행상품 예약 인원이 약 30,000명으로 작년 설 연휴보다 14.1% 늘어났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해외여행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여행 선호현상은 언제부터 급증한 것일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시한 ‘2006 국민 하계 휴가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계 휴가여행 목적지에 대한 조사에서 국내여행이 90% 이상을 차지했고, 해외여행은 약 7% 수준에 그쳤다. 그로부터 10년 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시한 ‘2016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 의향 비율이 50.7%로 국내여행 의향 비율 49.3%보다 높았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이국적인 경관·볼거리’가 압도적이었고, ‘해외는 별로 가보지 않아서’, ‘해외여행 자체가 의미 있고 흥미로워서’, ‘국내여행과 경비 차이가 별로 없어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국내에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가 가장 많았다. ‘해외여행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서’, ‘해외는 언어가 불편해서’, ‘해외테러·사건·사고 때문에’ 등의 이유도 있었다.

  이러한 해외여행 선호현상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내국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20대부터 50대까지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내여행 선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크지 않은 비용 차이’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국내여행의 장점으로 ‘비용절감’을 선택한 응답자는 약 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국내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요소로 숙박요금을 든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 뒤를 이어 ‘휴가비 지원 정책’, ‘대체공휴일 확대’ 등 환경적인 요인도 그 뒤를 따랐다.

 

국내 여행지,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06년 실시한 ‘2006 국민 하계 휴가여행 실태조사’에서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비율이 90% 이상이었지만, 10년 후에는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국내 여행지의 즐길 거리가 떨어졌음과 그동안 여행객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지역 지자체, 공관 등에서 여행객들을 잡기 위해 똑같은 내용의 축제를 진행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국내 여행지들은 여행객들을 만족시킬만한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여행지의 값비싼 숙박비 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하여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국내여행 관련 민원 약 1,000건을 분석한 결과, 주차비, 택시비, 숙박비, 자릿세 요구 등 요금 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면, 올해 강릉과 평창에서 개최된 평창올림픽에서도 성수기보다 2~3배 비싼 숙박비, 일명 바가지요금으로 논란이 일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휴가철 요금 정도로 인하하면서 일시적으로 해결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행태가 올림픽과 같은 특수한 기간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하계 휴가철이 되면 계곡이나 해변과 같은 피서지에서 자릿세를 요구하거나, 휴가지에서만 유난히 비싼 음식값을 받는 등의 행태는 이제 지자체가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여행지의 콘텐츠 부족과 맞물려 여행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을 간다”라는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닌 말이 되었다. 바가지요금, 불친절 등으로 상처 난 국내 여행지의 이미지는 이미 곪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왜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지, 왜 해외여행을 국내여행보다 더 선호하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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