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에 나오는 구절이다. 집단주의나 개인주의 모두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존중받아 마땅한데, 집단주의는 왜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며, 왜 우리에게 개인주의가 필요한 것일까.

 집단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기업’이다. 잡코리아가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기업문화의 나쁜 점으로 ‘뭐든 함께해야 하는 집단주의’를 꼽았다. 복수 응답이 가능했지만, 집단주의에 불편함을 호소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물론, 기업 내 집단주의 문화가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자유보다 규칙이 먼저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합리함을 눈감으면서까지 개인이 집단에 구속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집단주의의 또 다른 예시는 ‘대학’이다. 단체 활동이 많은 대학에서 자신만의 대학 생활을 영위하려 하다가는 한 순간에 ‘아싸’라는 딱지가 붙기 십상이다. 그들은 ‘성격적 결함이 있다’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렇기에 학기 초 신입생들은 OT나 새내기 배움터에 의무감을 가지고 참석하기도 한다. 물론 대학 또한 마찬가지로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에, 지나친 개인주의가 독이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또, 사회와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대인 관계를 배우는 장소이므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라도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2017년 잡코리아의 ‘직장 내 개인주의’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직장인의 81.3%가 ‘갈수록 사내에 개인주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불필요한 잡무나 모임이 적어져 직장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문화이기에 분위기가 삭막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대학 내의 변화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889명을 대상으로 한 알바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5.8%가 자발적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친구 없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가 개설되었다. 회원들은 다수에 이끌리기보다는 ‘자신만의 대학생활’을 설계하길 조언한다. 이들은 중심에서 밀려나 음지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양지로 나와 나름대로의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낸다. 대학 내에서도 합리적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작가의 말을 인용해 해석하면, 우리 사회가 ‘전근대’에서 ‘근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더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타인이라는 또 하나의 ‘개인’을 존중하고, ‘나’의 삶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협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혼자 고립되어 조직 전체에 손해를 가져오는 일은 피해야 한다. 서로간의 이해와 존중도 필요하다. 삼성그룹에서 임직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참급 임직원의 54.5%가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를 황당한 신세대 애티튜드(태도)로 꼽았다. 반대로, 대리급 이하 직원의 51.0%는 ‘회사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것’을 공감할 수 없는 기성세대 정신으로 꼽았다. 이렇듯, 개인주의는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기에 이해와 존중이 더욱 필요하다.

 혼밥, 혼영, 혼술. ‘혼자’가 들어가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를 향해 가고 있다. 합리적 개인주의를 위해선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해와 존중이 그 뒤를 받쳐준다면, 우리 사회는 더 합리적인 사회로 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 외친다.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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