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위주 아닌 연예인, 음주 위주…올바른지 고민해봐야

 서울 소재 모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축제 철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감을 갖지 않는다. 오직 관심을 갖는 것은 이번 축제에 어떤 연예인이 학교에 오는가이다. A씨가 재학 중인 학교에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연예인들이 학교에 방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럽다는 친구들의 반응에 시큰둥하다. 유명 연예인인 탓에 다른 학교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제대로 구경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어차피 대학 축제라고 해봤자 연예인 공연과 주점 빼고는 딱히 관심이 없다.”며 “축제에 별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B씨도 학교 축제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B씨는 “연예인에 별 관심도 없어 누가 오든지 상관없다.”면서 “과주점도 안주가 가격 대비 양이 적어 차라리 친구들과 학교 밖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고 밝혔다.

  대학가에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학교를 비롯한 몇몇 대학은 2학기에 축제를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5월 중순 경에 축제를 한다. 따뜻해진 봄 날씨에 학생들은 축제를 통해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곤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 축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들은 어느 학교나 다름없다. 어떤 연예인들이 방문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고, 밤에 열리는 과별 주점에 기대를 건다.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대학축제, 도대체 왜 학생들보다 다른 것들에 더 큰 관
심을 가지는 것일까?


연예인 라인업이 가장 큰 관심사
  학교 축제는 학생들이 기획하고 이끌어가지만, 학생들은 학생들만의 특색 있는 행사들보다 어떤 연예인이 방문하는지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곤 한다. 학교를 불문하고 축제철이 되면 각종 익명 커뮤니티에 ‘이번 축제에 어떤 연예인들이 학교에 방문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곤 한다. 누구를 불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팬덤끼리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대학가에 상당한 이슈로 자리 잡는다. 작년 우리 학교에서는 ‘왜 특정 가수를 부르지 않았는냐’라든지 ‘왜 특정 분야의 가수들이 집중되어 있느냐’ 등의 반발이 일자 총학생회에서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각 학교 총학생회는 축제에 초대되는 연예인들의 라인업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축제를 홍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타 대학 학생들도 라인업이 좋은 학교 위주로 구경을 가는 등 학교 축제에 대해 연예인 위주의 관심을 가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 작년 축제에서 학우들의 연예인 공연을 즐기고 있다.


결국은 또 술?
  대학교 축제의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바로 주점이다. 물론 연예인만큼 큰 관심을 가지진 않지만, 합석 등의 목적을 이유로 타 과의 주점이나 타 학교의 주점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류회사의 과도한 스폰서 때문에 오전 행사마저도 특정 회사의 이벤트가 집중되는 등의 문제를 낳은 학교도 있을 정도다. 특히 밤 시간이 되면 학교 캠퍼스가 모두 술판이 되고 술에 취해 아무데나 토를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학교 주점의 주세
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을 문제로 교육부에서 각 학교에 주류 판매 금지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는 등 주점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욱 강화되어 봄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회에서는 큰 차질을 빚고 있다.

▲ 작년 축제에서 마당사업을 즐기고 있는 학우들


정말 대안은 없나
  대학 축제에서 학생이 기획한 행사들이 주가 되지 않고 연예인들의 공연이나 주점이 주가 된다는 문제의식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모 대학은 학생 기획 위주의 축제를 기획하려고 했으나 참여율 저조로 실패한 적도 있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C씨는 “학교 축제라고 하면 연예인과 주점밖에 생각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물론 학생들이 기획한 행사들 위주로 축제가 구성된다면 의미는 있겠지만 재미는 지금보다 덜할 것 같다.”며 솔직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수년간 대학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기는 하나, 학생들의 참여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봤을 때 쉽사리 뾰족한 수를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학생 기획의 여러 행사를 확대하는 것은 따져볼만한 요소이다. 연예인 공연과 주점을 제외하고 현재 진행되는 축제의 요소들을 보면 주로 학생회나 소수 동아리 기획의 행사들이다. 이와 같은 면에서 본다면 여러 동아리나 일반 학생들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것이 비로소 학생들 위주의 축제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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