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휘권 편집국장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라든가 점심으로 뭘 먹을까와 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인생이 걸린 중요한 선택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든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그에 따른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그 선택이 인생의 기로를 정하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대부분은 우리가 결과를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과를 알면서도 안 좋은 선택을 할 때가 매우 많다. 좋은 결과가 예상됨에도 안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선택을 한다든지, 안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형이상학적인 것 같고 자신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마음에 와 닿는 예시를 들어보자. 시험기간의 자신을 생각해보자. 시험이 끝나
고 몇 주 지나지 않았으니 아마 잊어버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선 이번 학기가 시작할 때 ‘이번 학기는 꼭 복습이라도 해야지’라고 다짐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절대 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집에 가면 공부를 안 할걸 뻔히 알면서도 ‘잠깐만 쉬다 할까’라는, 스스로 생각해도 절대 성립할 수 없는 그 생각을 믿고 집에 가는 것을 선택한다. ‘공부도 안
되는데 페북이랑 인스타 조금만 하고 공부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는 몇 시간동안 핸드폰을 할 걸 알면서도 핸드폰을 꺼내진 않았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에도 마찬가지다. ‘딱 한잔만 더 하자’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오늘 막차는 이미 물 건너간걸 알면서도 꼭 한잔을 더 한다. 다음날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술에 취해 예전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지난날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만 읽고 싶은 사람이 몇몇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읽어보자.
  우리는 왜 뻔히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니, 왜 그런 선택을 했어야만 했을까. 결국 자신이 스스로에게 넘어가서 그렇다. 이 때 재밌는 것은, 이 때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 물론 누군가의 꼬드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꼬드김조차 갈등하고 넘어간 것은 자신이다. 그런데 항상 본인은 억울하다. 남는 것은 결국 후회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 후회 하나 때문에 억울할까? 오히려 근본적인 이유는 ‘결과를 알면서도’ 본인이 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남한테 속아 넘어갔다면 탓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진 않다. 후회를 할지언정 나를 속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욕하면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은 줄어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뻔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본인 스스로’가 선택했기 때문에 탓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요소들이 가능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책임지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임이라는 것은 결과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선택과 결과 사이에, 행동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시험기간의 경우에도 집에 간다거나 핸드폰을 본다고 해서 반드시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집에서 잠시 쉬었다가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고, 정말 딱 한잔만 더 하고 집에 돌아갈 수도 있다. 결국 그러한 행위의 결과가 우리가 알고 있던 결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선택한 행위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유혹을 뿌리치고 행위 이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책임을 지고 행동한다면 이미 알고 있던 결과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다짐뿐이었을 때, 생각한대로 ‘하지 않았을 때’, 결국 우리는 후회하지 않았던가. 이 뿐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 행위에 책임지지 못해서 결국 우리가 알았던 결과로 귀결됐을 때. 단순히 후회하기만 한다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행위에 책임지지 못했음을, 단순한 다짐뿐이었음을 스스로가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노력도 다짐에서 멈춰선 안 된다. 앞으로는 그런 후회할 짓을 절대 하지 않으려는 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반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반복하는 것과,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우리는 이미 대부분의 결과를 알고 있다. 특히나 부정적인 결과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이제는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때이다. 알면서도 당하지 말고, 알기 때문에 결과를 바꿔보자.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