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항공기를 타고 하늘을 누비기도 하고, 지상에서 움직이기도 한다. 자동차라면 신호등이나 표지판, 정지선을 참고해 가야 하는지, 멈춰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항공기는 무엇을 보고 움직이는 것일까. 그 해답은 항행의 도우미, ‘항행안전시설(NAVAID)’에 있다. 항행안전시설이란 무엇이고, 그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항행의 도우미, 항행안전시설

  항행안전시설은 ‘항공기의 항행을 보조하며 조종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항공기에 탑재되거나 지상에 설치되는 시설’을 말한다. 영어로는 ‘NAVAID’라고 하는데, 이는 ‘Navigation(항행, 항법)’과 ‘Aids(지원시설)’의 합성어로, 항행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조종사는 항행안전시설을 참고함으로써 기상 상태와 관계없이 안전하게 비행하고, 이‧착륙할 수 있다. 항행안전시설은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을 이용하기도 하고, 불빛, 색깔, 기호와 형상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그 종류로는 등화시설, 항공장애등 및 표지, 항행안전무선시설, 감시시설 등이 있다.

 

어두운 밤에도 문제없이, 등화시설

  등화시설은 이‧착륙 시 조종사의 안전운항을 돕기 위해 지상이나 항공기에 설치하는 등화나 조명 시설을 일컫는다.등화시설은 크게 항공로 등화시설, 비행장 등화시설, 항공장애등, 항공기 등화시설로 분류된다.

  가장 먼저 소개할 것은 공항을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항등대(Airport Beacon)’이다. 기본적으로 조종사들은 목적지 공항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야간에는 공항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예상치 못한 공항을 만났을 때 그것이 어떤 공항인지조차도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공항 등대는 일반적으로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운영된다. 또한 운고가 1,000ft 이하거나 지상 시정이 시계비행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보다 낮을 경우(3SM) 운영된다. 등화의 색깔은 ▲육상 공항은 백색과 녹색 또는 단일 녹색 ▲수상 공항은 백색과 황색 또는 단일 황색 ▲헬기장은 녹색과 황색, 백색 ▲군 공항은 백색과 백색, 녹색이다. 조종사들은 색의 조합으로 공항의 종류를 파악해 안전하게 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항을 찾아간 조종사는 어느 경로를 따라 활주로에 착륙해야 할까. 그리고 그 진입 각도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 두 물음에 대한 답은 ‘시계진입각표시등(Visual Approach Slope Indicator, VASI)’과 ‘정밀진입각지시등(Precision Approach Path Indicator, PAPI)’에 있다. 두 시설물은 진입각에 따라 다르게 점등되어 적절한 활공경로를 알려준다. 우선 VASI는 2개 혹은 3개의 막대 형태로 구성된다. 2개의 막대 형태로 구성된 VASI가 둘 다 적색이라면 이는 정상 활공각보다 낮게 비행중임을 의미하고, 둘 다 백색은 높게 비행중임을, 각각 하나씩 점등되었다면 정상 활공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3개의 막대 형태로 구성된 VASI 또한 불빛의 색깔로 벗어난 정도를 표시한다. PAPI는 VASI에서 한 단계 발전한 시설로, 네 개의 등화로 구성되어 있다. 적색이 많을수록 낮은 활공각이라는 뜻이고, 백색이 많을수록 높다는 뜻이다. 적색과 백색이 각각 2개씩 들어온다면 정상 활공각으로 접근중임을 뜻한다.

활주로 우측에서 운영 중인 PAPI (출처: Aviation Stack Exchange)

 

비행장의 안내판, 비행장표지

  내가 타고 있는 항공기는 어느 유도로를 거쳐 몇 번 활주로로 가고 있을까. 복잡해 보이는 유도로와 활주로 위에서 항공기가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특히 비행장에서의 잘못된 운항은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기에 항공기의 위치 파악은 더욱 중요하다. 활주로 지정자와 활주로 및 유도로 위치 표지판에 대해 알아보자.

  활주로 지정자는 번호와 문자로 구성된다. 이는 항공기의 접근 방향으로부터 결정된다. 활주로 번호는 자북으로부터 측정한 활주로 중앙선 자방위(자북을 기준으로 한 방위)의 가장 가까운 10단위 숫자로서 2자리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자방위가 187°라면, 마지막 자리의 수를 반올림한 ‘19’를 활주로 상에 표시하는 것이다. 만일 공항의 2개 이상의 활주로가 평행하게 위치해 있다면, 2개일 경우 ‘L(Left)’과 ‘R(Right)’로, 3개일 경우 ‘L(Left)’과 ‘C(Center)’, ‘R(Right)’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착륙하는 항공기는 활주로의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착륙해야할까. 우선 ‘활주로목표점표지(Runway Aiming Point Marking)’는 착륙하는 항공기에 시각적인 목표 지점을 알려준다. 활주로 중앙선의 양쪽에 위치한 두 개의 직사각형이 바로 그것이다. 이 표지는 활주로 시단에서 약 1,000ft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백색이다. 활주로목표점표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착륙하는 항공기는 ‘활주로접지대표지(Runway Touchdown Zone Markers)’에 착륙할 수 있다. 접지대표지는 항공기가 착륙할 접지 구역을 나타내고, 500ft마다 표시되어 조종사에게 거리의 증가를 알려준다. 이 표지는 활주로 중앙선을 기준으로 대칭된 1개, 2개, 혹은 3개의 막대 모양이다. 또한, 양 끝 시단을 기준으로 중간지점에서 900ft 내의 표지는 생략한다.

활주로 목표점 표지와 활주로 접지대 표지 (출처: FAR AIM)

 

하늘의 길잡이, 항행안전무선시설

  앞서 설명한 등화시설과 비행장표지는 이‧착륙하는 항공기나 지상에서 활주하는 항공기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렇다면 더 높은 하늘의 항공기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비행하는 것일까. 또 어떻게 안전하게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을까. 그 답은 ‘항행안전무선시설(Navigation Aids)’에 있다.

  무지향표지시설(Non-Directional radio Beacon, NDB)은 가장 단순하고 전통적인 항행안전무선시설로서, 무지향성의 전파를 발사해 항공기의 방향정보를 제공한다. 조종사는 이를 이용해 방위(Bearing)와 해당 시설로 향하는 방향(Homing)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NDB는 전파의 방해를 받기 쉬우며 이로 인해 부정확한 방위 정보를 지시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최근에는 전방향 표지시설(VOR), 마이크로파 착륙유도장치(MLS), 위성항법시설(GPS) 등의 최신 항법들이 등장하며 잘 사용되지 않는다.

무지향표지시설(NDB) (출처: Wikipedia)

  국내 공역체계 내에서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항행안전무선시설로는 앞서 말한 전방향 표지시설(VHF Omni-directional Range, VOR)이 있다. VOR의 지상국은 자북을 중심으로 ‘TO’ 또는 ‘FROM’의 위치정보를 조종사에게 360° 방위로 제공한다. VOR에 거리측정시설인 DME가 함께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VOR/DME라 부르고, 이는 조종사에게 방위정보 뿐만 아니라 거리 정보 또한 제공할 수 있다. 다만 VOR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VHF 대역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시거리(Line of Sight)의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VOR의 유효 범위는 고도가 높을수록 증가한다.

전방향표지시설(VOR) (출처: Wikipedia)

 

  어두운 밤에도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고, 정해진 유도로와 활주로를 따라 이륙할 수 있으며, 높은 하늘 위에서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항행안전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 나오지 않은 더 다양한 항행안전시설을 찾아본다면, 공항을 바라보는 시선이, 항공기 창밖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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