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 되면 학교 내 커뮤니티에서 학생회비와 관련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입생들은 입학 후 등록금고지서에 포함된 총학생회비 외에도 학부(과) 학생회비 납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총학생회비와 학부(과) 학생회비 모두 선택 납부인 점은 동일하지만, 총학생회비와 다르게 학부(과) 학생회비는 내지 않을 시 과잠 구매나 야식 사업에서 어느 정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본지는 학부(과) 학생회비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회비 필요성, 온도차 보여…

  본지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교 학우 112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은 74명(66.1%), 납부하지 않은 학생은 38명(33.9%)이었다. 학생회비를 납부했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다른 학교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학생회비”라며 “모두가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납부했다.”고 말했다. 또 “학부(과) 행사를 위해 학생회비는 필요하다.”라며 “학생회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알기에 걷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 또한 있었다. 이어 납부한 학우 74명만을 대상으로 한 ‘학부(과) 학생회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2명(70.3%)은 ‘그렇다’에, 나머지 22명(29.7%)은 ‘아니다’에 응답했다. 특히 ‘아니다’에 응답한 학생 중 일부는 “냈지만 후회하고 있다.”라며 “너무 비싼 회비에 비해 실질적으로 받은 혜택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납부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38명의 학우들은 그 이유에 대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 같다.”라며 “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주변에서 왜 내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답했다. 학생회에 대한 불신 또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우는 “학생회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학생들의 연합’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일부 학생회의 경우 지난 몇 년간 학우들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거나, 행정 처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 또한 존재했다.

 

점점 더 커지는 불신의 씨앗

  학생회비에 대한 불신은 일부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는 횡령 문제와 학생회비 사용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서울 모 대학 단과대 회장은 800만 원가량의 공금을 사비로 사용해 학생 대표회의에서 탄핵된 바 있다. 또 다른 대학의 한 학과 학생회 계좌에서는 학생회장이 약 1,30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더 문제가 된 것은 명세 기록이 남지 않는 현금 횡령으로, 학생회장이 수금한 액수와 감사 기록부 액수를 다르게 표기해 200여만 원을 추가로 횡령한 것이다. 학우들이 학과를 위해 낸 돈을 학우들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과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추가적인 이익을 내려 했다는 점은 학생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횡령 문제 이외에도 투명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은 학우들이 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학과(부) 학생회비의 경우 학생들의 사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사적 유용의 위험에 놓이기 쉽다. 총학생회의 지원이나 학부(과) 차원의 지원에 비해 사용 내역의 공개를 덜 요구받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여름, 서울 소재 모 대학의 단과대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영수증을 포함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 문제가 된 바 있다. 학생회비 사용 명세에 대한 특별한 감사나 공개 요구가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렇듯 대학 사회에서 벌어지는 횡령 및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곧 학생들의 학생회비 납부 거부와 학생회비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모두의 학생회비, 그 시작은

  그렇다면 학우들의 자발적인 학생회비 납부와 논란 없는 운영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앞서 설문조사에 응답한 112명의 학우들은 공통적으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용’이라는 전제를 강조했다. 한 학우는 “학생회비의 회계 내역을 총회뿐만 아니라 각 학부(과) 내에서 공지를 통해 따로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우는 “학생회비를 걷을 때 예상 지출 내역, 지난 지출 내역 등을 공지한다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학생들의 늘어날 것”이라며 “그 돈이 잘 쓰였고, 잘 쓰일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우들의 요구가 없더라도 회계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회비의 금액과 거두는 방식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존재했다. 한 학우는 “갓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에게는 등록금도 비싸다.”라며 “학생회비로 10만원을 걷는 것은 부담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합리적인 가격을 학생회가 아닌 학우들과 협의해 책정한다면 납부율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연중에 강제성을 드러내거나 강요 섞인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고 학생회의 세심함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학교가 학생회비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교가 적당한 학부 예산을 할당해 학생회가 학우들로부터 돈을 따로 걷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거나, 학부(과)를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독립적인 예산 감시기구를 설립해 학생회비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매년 초 대나무숲을 포함한 여러 익명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학생회비 논란. ‘대학에서 학생회장 하면 차 한 대는 뽑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스갯소리로 끝나기 위해선 학생회의 양심과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손규영 수습기자 sonjong@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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