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전시회 문화, 그 빛과 그림자

 평소 미술 작품을 좋아해 자주 전시회를 찾는 A씨는 최근 관람객들의 ‘인증샷’ 열풍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A씨는 “놀이공원에 온 것 마냥 여러 명이 시끄럽게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사람들이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관람객들의 인증샷 덕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끄는 전시회가 있기도 하다. 달라진 전시회 관람 문화, 그 빛과 그림자를 비춰본다.

 

가까워진 전시회에 늘어나는 관람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전시회의 관람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학내일이 최근 1년 내 전시회 관람 경험이 있는 20대 5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53.3%의 응답자가 ‘최근의 전시회들이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답했다. 전시내용이 더 쉽고 친근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 전시회를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20대가 가장 많이 관람한 전시회 주제는 사진(45.8%)인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해 사진에 친숙해진 20대가 관련 전시회를 즐기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예전에는 전시회가 어려워서 미술이나 예술을 모르면 가도 재미가 없었지만 요즘 전시회는 공간도 예쁘고 주제도 쉬워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변화된 전시회 문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출처: KBS 뉴스 캡처)

‘인증샷’을 위한 전시회?

 그러나 늘어나는 전시회 관람 횟수에 비해 관람 매너는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나온다. 전시회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관람 문화를 흐트러뜨린다는 것이다. 계속 되는 사진 촬영으로 인한 셔터 소리는 감상에 방해가 되기에 자제해야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를 찾기는 힘들다. 사진 촬영을 권장하는 일부 전시회를 제외하고는 작품 감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배경 음악을 틀지 않거나,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무음 카메라가 아닌 일반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타인의 감상을 방해함을 물론, 전시회를 기획한 작가의 의도 또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품 훼손과 저작권 침해의 문제도 있다. 작품에 몸을 기대어 사진을 찍거나 설치물에 앉거나 매달리는 탓에 전시 마지막에는 멀쩡한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허락 없이 공유하는 지금의 인증 문화는 터지지 않은 폭탄과도 같다.”고 경고했다.

 

무엇이 카메라를 들게 만드나

 그렇다면 무엇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카메라를 꺼내 인증샷을 남기도록 하는 것일까. 이는 2030세대가 전시회를 찾는 이유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은 전시회를 찾는 이유에 대해 ‘일상에서 벗어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관람객의 대부분이 전시 공간을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만 하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증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들은 잘 꾸며진 전시 공간을 또 하나의 전시로 여기고, 공간 자체를 즐기는 것을 새로운 놀이 문화로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내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가 선호하는 전시회의 모습은 전시 공간에서 사진 촬영이 자유롭고(85.7%), 전시품 외에 주변 공간도 콘셉트에 맞춰 꾸며져 있는 곳(94.4%)으로 나타났다.

▲ 강남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세젤예展’. ‘#인생샷’과 같은 해시태그가 눈에 띈다. (출처: 강남미술관 홈페이지)

 젊은층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전시회 관람. 폐쇄적이었던 전시 문화가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개방화되어가고, 이를 통해 전시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며 전시물을 눈이 아닌 휴대전화로 감상하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남는 것은 사진’이라는 말도 있지만 휴대전화에 남는 사진보다는 가슴 속에 남는 여운에 조금 더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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