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다 수백 배는 더 크고, 무거운 항공기. 심지어 산소도 희박한 높은 하늘에서 오랜 시간을 비행하는 항공기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에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항공기 엔진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항공기 엔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엔진의 시작점, 왕복엔진

 누구나 한 번쯤 자동차 광고에서 피스톤 운동을 하며 열을 내뿜는 엔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영상 속의 엔진이 왕복엔진이다. 항공기의 왕복엔진은 지상의 자동차에서 사용되는 엔진과 유사한 원리로 작동되고 구조 또한 비슷하다. 가스터빈엔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항공기가 왕복엔진을 사용했지만, 가스터빈엔진이 개발된 후로는 경비행기나 초경량항공기를 제외하면 왕복엔진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왕복엔진의 기본적이 원리는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연료와 공기가 혼합된 가스를 실린더 속으로 주입시켜 압축한 뒤, 스파크 플러그(Spark plug)로 점화, 연소, 폭발시켜 강한 팽창력을 얻는다. 이 에너지는 곧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유도하고 이를 피스톤에 연결된 크랭크축으로 전달해 프로펠러를 회전시킨다. 회전운동을 바탕으로 항공기는 추진력을 얻게 된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왕복엔진은 이와 같은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4단계로 구성된다.

 왕복엔진은 공기밀도가 큰 저고도 저속에서 엔진과 프로펠러 효율이 좋고, 운용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후에 개발된 가스터빈엔진에 비해 부품 수도 많으며 구조가 복잡해 정비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등장 초기에 비해 빛을 잃게 되었다.

▲ 프로펠러가 장착된 항공기 왕복기관 (출처: Aviation stack exchange)

단점은 최소로, 장점은 최대로, 가스터빈엔진

 앞서 언급한 왕복엔진은 가스터빈엔진에 비해 엔진 중량당 추력도 낮으며 진동도 많았다. 빠르게 변하는 항공 산업에 맞추기 위해선 더 발전된 엔진이 필요했고, 20세기 초부터 계속된 연구 끝에 전후인 1950년대에 이르러 가스터빈엔진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가스터빈엔진은 공기흡입구, 압축기, 연소실, 터빈, 배기부분, 액세서리부분, 기타 보조목적(시동 윤활, 연료공급, 방빙, 냉각, 여압)에 필요한 계통으로 구성된다. 압축기는 터빈으로부터 회전동력을 받아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해 연소실로 보낸다. 연소실에서는 앞서 압축된 공기와 연료를 혼합, 연소시켜 고온 고압의 연소가스를 발생시킨다. 이 연소가스는 터빈을 지나면서 팽창되어 터빈의 회전 운동을 유발하고, 터빈은 압축기 및 그 밖의 필요한 장치를 구동시킨다. 터빈을 통과한 연소가스는 배기 노즐에서 팽창, 분사되며 그 반작용으로 항공기에 추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추력을 발생시키는 방법에 따라 가스터빈엔진은 터보제트, 터보팬, 터보프롭, 터보샤프트 엔진으로 구분된다.

 가장 먼저 개발된 항공기용 가스터빈엔진은 바로 터보제트 엔진이다. 가장 구조가 간단하며 왕복엔진처럼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꿀 필요가 없기에 진동 또한 적고 부품의 개수도 적다. 또 폭발 순간에만 일을 하는 왕복 기관과 달리 공기의 압축과 연소 및 팽창, 분출까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큰 출력을 얻을 수도 있다. 터보제트 엔진은 많은 공기를 압축해 연료의 연소효율을 높여야 하므로 고속으로 비행할 때 그 효율이 더욱 좋아진다. 그러나 저속으로 비행할 경우, 공기의 양이 적어져 그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부족한 출력을 보충하기 위해선 연료를 많이 소모해야하므로 비경제적인 단점 또한 존재한다. 그래서 터보제트 엔진은 대형 운송용 항공기보다는 주로 전투기에 탑재된다.

▲ 터보제트 엔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 그림 (출처: Ars technica)

 그렇다면 만약 낮은 속도로 비행하더라도 공기의 양을 늘린다면 더 효율적인 비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물음에서 개발된 엔진이 바로 터보팬 엔진이다. 터보팬 엔진은 터보제트 엔진의 구조에 엔진을 통과하는 공기량을 증대시켜 출력을 높이고자 팬을 추가한 엔진이다. 팬은 압축기와 같이 여러 개의 블레이드가 부착된 단으로 구성되며 엔진의 크기에 따라 단의 수를 설정한다. 팬을 통과하는 공기 중 일부는 엔진 내부로 흐르면서 압축, 연소, 팽창 과정을 통해 동력을 발생시키고, 나머지 공기는 엔진 외부로 흐르며 엔진 냉각, 출력 발생의 기능을 한다. 여기서 연소기와 터빈을 통과하는 공기의 흐름을 주 유동(primary air stream) 혹은 코어 유동(core air stream)이라 하고, 통과하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2차 유동(secondary air stream) 혹은 바이패스 유동(bypass flow)라 한다. 주 유동은 고온, 고압, 고속의 상태로 배출되어 추력을 증가시키고, 2차 유동은 효율적으로 엔진이 배출하는 공기 유량을 증가시켜 추력을 증가시킨다. 이 2차 유동의 공기량과 주 유동의 공기량의 비를 바이패스 비(bypass ratio, BPR)라고 한다. 민간 운송용 항공기는 바로 이 바이패스 비가 높은 엔진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터보팬과 비슷하지만 팬 대신에 프로펠러를 달아 추력의 대부분을 프로펠러에서 얻는 터보프롭 엔진이 존재한다. 이는 과거부터 프로펠러를 이용했던 왕복엔진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가벼우면서도 더 큰 추력을 낼 수 있다. 또, 주로 헬리콥터 엔진으로 사용되며 연료를 연소시켜 터빈을 돌리고 그 힘을 축력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터보샤프트 엔진도 존재한다.

▲ 보잉 747-8에 장착된 터보팬 엔진 (출처: Flightradar 24)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램제트 엔진

 앞서 설명한 가스터빈 엔진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그만큼 단점에 비해 장점이 많은 엔진으로 꼽힌다. 그러나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해 얻을 수 있는 비행속도는 최대 마하 수 3 정도로 제한된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첫째는 압축기와 터빈이 회전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연소실에서 상대적으로 연소가 느리게 이루어져 공기의 흐름 속도가 연소 가능한 속도로 감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하 3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려는 초음속 항공기는 어떠한 엔진을 사용해야 할까. 그 엔진이 바로 램제트 엔진(Ramjet engine)이다.

 램제트 엔진에는 ‘충격파’의 원리가 적용된다. 비행속도가 빨라질수록 터빈과 압축기의 회전도 빨라지고, 회전속도가 초음속보다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파(shock wave)는 터빈과 압축기의 효율을 급격하게 낮춘다. 따라서 터빈과 압축기를 없앤다면 충격파로 인한 감속을 줄이면서도 마하 3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램제트 엔진은 바로 이러한 원리에서 착안되어 압축기와 터빈 없이 작동한다. 공기는 충격파를 통과하며 압력이 높아지고, 압축된 공기가 연소실로 들어가 연소되어 노즐로 배출된다. 충격파로 인한 감속 효과가 줄어들며 큰 추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램제트 엔진으로는 인류 최초로 마하 3의 속도를 달성한 P&W(프랫 앤 휘트니)의 J58이 있다. J58은 록히드마틴의 SR-71에 탑재되어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에 장착된 엔진으로 이름을 알렸다.

 

 항공기의 심장과도 같은 항공기 엔진. 엔진의 작동 원리와 종류를 알고, 흥미를 가져본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항공우주기술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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