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학 내 성범죄, 강한 처벌과 성 의식 개선 필요해

 진리의 상아탑이 성범죄로 흔들리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수업에 참여한 누드모델의 얼굴과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SNS에서 동료 여학생을 성희롱하고, 새 학기 MT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를 추행하는 사건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왜곡된 성 의식과 미약한 처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며, 체계화된 대응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1일, 대학 사회에 충격을 안긴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남성혐오 성향의 사이트로 알려진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이 게시된 것이다. 해당 누드모델은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진행된 인체 크로키 수업에 참여했다가 ‘몰래카메라(이하 몰카)’에 찍히게 되었다. 사진은 피해자를 성적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글과 함께 게시되었고, 게시글의 댓글조차도 이에 가담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대학 행사에서도 성범죄는 발생했다. 경북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2016년 5월 20일 대동제(축제) 때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술을 마시게 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든 피해자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껴안고 허리를 감싸는 행위를 했다.”는 성폭력 고발 제보가 올라와 학생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 다른 한 대학의 간호학과는 신입생 환영회를 나이트클럽에서 진행하고, 남녀학생이 있는 앞에서 춤을 강요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대학 내에서도 성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 사건 이후 홍익대 미술대학 강의실 앞에 붙은 경고문 (출처: 뉴시스)

대학 내 성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등에 따르면 2011년 0.87건에 머물렀던 대학 내 평균 성폭력 신고 건수는 2015년 2.48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또, 2016년 경찰이 적발한 강제추행 범죄자 1만 6010명 중 대학생이거나 갓 대학을 졸업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 19세~30세 범죄자는 3520명(22.0%)으로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한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Me too)’와 ‘위드유(With you)’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 성범죄를 더 이상 지나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있지만, 대학은 여전히 성범죄의 사각지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 내의 문제가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 대학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가 팽배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홍익대 몰카 사건이 발생한 뒤, 학교 측이 신고가 아닌 내부 절차를 따르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사건 축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학교 측이 경찰에 사건을 의뢰하며 논란은 일단락되었으나 미숙한 초기 대응은 문제가 생기면 덮고 보자는 대학 사회의 잘못된 문화를 보여주었다.

 제대로 된 상담센터의 부재 또한 더 큰 피해를 낳는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전문성을 가지고 다뤄야 할 성 문제가 일반 진학상담과 동일한 방식으로 다뤄지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지난 2월 아시아경제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42곳 중 성범죄와 관련한 전담기구를 독립적으로 두고 있는 대학은 17곳(40.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반 상담업무와 함께 다루거나, 일반 상담센터 내 별도 부서에서 성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 상담사가 아닌 일반 상담사가 성범죄 사안을 다루는 곳도 13곳으로 조사됐다. 성범죄는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체계적이고 꼼꼼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상담 및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상담센터의 환경 또한 열악하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가 지난 1월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국 59개 대학에서 성평등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는 총 100명으로, 대학당 약 1.8명이다. 대학의 규모와 발생하는 사건의 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이다. 결국 학생들은 이와 같은 공식 센터가 아닌 ‘대나무숲’과 같은 익명 커뮤니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익명 고발은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되어 학교 측의 발 빠른 대처와 학생들의 제보를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공식 기관을 통하지 않기에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을 통한 가해자 처벌보다는 온라인상 논란으로만 불거지기 십상이다. 무분별한 공유로 2차 피해가 이루어지며 명확한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처럼 퍼져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8일 본교 대나무숲에 게재된 ‘단톡방 동영상 유출 사건’의 경우, 유출 동영상을 몰카로 단정짓고 성폭행으로 왜곡해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남학생은 무혐의 처분 종결되었음에도 다수의 SNS에 허위 사실과 댓글이 게시되며 피해 여성이 2차 피해를 입는 결과를 가져왔다.

▲ 본교 ‘단톡방 동영상 유출 사건’에 관련된 대자보

대학 내 성범죄, 학교와 정부의 노력 필요해

 전문가들은 대학 내의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처벌 강화를 강조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대법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범죄자 중 실형 선고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성범죄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범죄의 심각성과는 동떨어진 법적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 문제로 번지는 성범죄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징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대학과 국가 차원의 노력 또한 필요함을 역설했다. 성범죄는 사회‧문화적 특성이 강하게 반영되는 만큼 대학‧정부의 관심과 의지 없이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성범죄 전담기관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외국어대의 경우, 지난해 총장 직속 기구로 성평등센터를 신설했고, 총신대 역시 학교폭력‧성폭력예방센터를 기존의 통합상담센터와 분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노정민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에서 관련 기준을 설정하고 대학이 따르도록 하는 등 전담기구의 존치를 학내에서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행위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강화하는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 또한 나온다. 대학 내 성 관련 문제의 다양한 양상에 일일이 대응책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기에 성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캠페인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이지현씨는 “불법촬영과 같은 문제는 학교에서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훨씬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희롱과 같은 성범죄의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며 “학생들이 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에서는 현재 학생회관 207호에 학생생활‧성평등상담소를 운영하며, 홈페이지에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영상을 게재, 성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본교 학생회관 207호에 위치한 학생생활‧성평등 상담소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대학 내 성범죄로 인해 흔들리는 진리의 상아탑, 대학. 성범죄를 줄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학생과 학교,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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