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기자

 

  “만약 그때 이렇게 행동했었더라면…….” 우리는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할 때가 있다. 주위에서는 과거는 잊고 앞으로 만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할 때가 있고, 누구나 하나쯤은 후회할만할 일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그렇게 과거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현재의 내가 선택했던 선택이 아닌 그때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에 대해 꿈꿔본다는 것이다.

  선택이라는 것은 철학에서도 중요한 논제이다. 선택에 대해서 가장 인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학문은 실존주의라 할 수 있다. 실존주의는 야스퍼스,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등 수많은 저명한 철학자들이 한마디로 정의하고자 했으나, 결국은 그들도 실존주의 내에서 유신론적 실존주의나 무신론적 실존주의 등 분류를 하게 만들 정도로 그 정도가 깊은 학문이다. 그러나 장 폴 사르트르에 따르면, 이는 결국 하나의 공통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적 자기를 자기 스스로 계속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 실존주의의 제1원리이다. 이를 주체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인 결단을 통해 자기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실존주의에 있어, 이 자유의지란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를 운명론의 대표적인 예인 칼뱅의 예정설과 비교해보자. 칼뱅은 인간의 운명, 당시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이 천국을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예정설에 따르면, 혹은 이와 같은 운명론에 따르면, 우리는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이미 결과가 정해져있음에 따른 무기력함이나 그로부터 파생되는 게으름 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자신의 끝이 정해져있는 삶을 사는 것이란 얼마나 비극적인가.

  그렇기 때문에 실존주의에서 자유의지를 통한 주체적 결단을 말한 것은 시대를 넘어서는 하나의 도약이라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보다는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한다는 것은, 이전의 신 중심적인 학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실존주의라는 학문이 등장한 순간부터 인간은 책임이라는 것을 가져야한다는 사실이다. 유신론적 실존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는 ‘신 앞에 선 단독자’를 말한다.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 결단하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실존주의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자신의 주체적 결단에 책임을 져야한다.

  우리는 때로 과거의 우리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는 한다. 정말 사소한 것부터 내 인생을 바꿨을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까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과거에 나의 선택은 나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진 것이며, 곧 그 선택을 한 자신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즉, 나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나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도 때때로 지난 일에 대해 다시 떠올려보고 후회하고는 한다. 그때 내가 그 말 한마디를 할 수 있었다면 등 후회할만한 일은 한 번씩 나를 뒤돌아볼 때마다 하나씩 더 생기기 마련이다. 가끔씩은 너무나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계속 후회할 것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하나씩 내가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은 나 자신이 실존함을 증명하는 방법이며, 또 그래야만이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해 깨닫고 앞으로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날에 대한 일들이 너무나 큰 고통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후회했던 그 일들을 차근차근 떠올려보자. 나는 왜 그러한 선택을 해야 했는지, 그리고 후회에 대한 고통이 나를 찌르도록 내버려두자. 송곳과 같은 고통이 나를 계속 찌르는 동안 버티는 나의 마음은 더 단단해질 것이고, 송곳은 마모되어 나를 더 이상 찌르지 못할 것이다. 지난날에 대해 지나치게 후회하고 있는가? 더 후회해보자. 그것이 실존하는 나, 나 스스로를 깨달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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