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한쪽이 상대의 무역품목에 관세를 부여하면, 이에 맞대응하여 보복관세를 부여하는 식으로 8월 26일 기준, 약 500억 달러의 관세를 서로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둘의 무역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주변국, 나아가 세계의 경제 또한 함께 휘둘리고 있다.


中의 이길 수 없는 도박


  미국은 지난 1월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을 타겟으로 하여 관세품목과 액수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여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은 맞불정책으로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여할 것을 예고했고, 둘의 무역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8월 26일 기준,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에 이어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중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시 600억 달러 규모만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중수출 규모와 중국의 대미수출 규모의 차이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중수출 규모는 약 1,300억 달러였으나, 중국의 대미수출은 약 5,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즉, 서로 관세를 올리는 도박을 계속하게 된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중국일 것이 뻔하다.
  실제로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 다우지수는 4.5%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 지수는 16.8%나 급락했다. 또한 중국의 주식 시장은 약 20%가량 폭락했고, 위안화 가치 역시 약 10%나 하락하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미 미국이 무역전쟁으로부터 의도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EU, 일본 등에 연대를 제의했으나, 특허권 무시, 기술탈취 등 기존의 중국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국가들이 오히려 미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국은 앞으로 무역전쟁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美, 신호탄을 터뜨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원인은 크게 경제, 국제정치의 관점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미국 GDP의 약 60%까지 따라잡은 중국의 GDP는 미국 중심의 무역을 가능케 해주는 달러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위협이다.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신 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제조 2025’ 등 미국 중심의 무역시스템에서 벗어나 패권국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은 현재 절대패권국인 미국에게 잠재적인 위협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패권국으로 성장하여, 현재 미국 중심의 무역의 근간이 되는 달러시스템을 위협하기 전에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을 누르고자 하는 것이다.
  무역전쟁은 사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양측 모두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국제정치의 관점에 접목시켰고, 실행했다.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이 미국에 손해를 주더라도, 중국이 더 큰 손해를 본다면 과감하게 실행했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을 통해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중국을 찍어 누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을 줌과 동시에, 중국을 패권국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시진핑의 장기집권에 타격을 줌으로써 정치적으로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전략과 보호무역의 성격을 띠는 무역전쟁은 사실 트럼프의 단독적인 정책만은 아니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오바마 시절부터 시작된 대중전략의 일부이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회귀’를 주장하며,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주장하며 중국을 압박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새로운 카드로 무역전쟁을 선택했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경제호황 등 시기가 맞음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어 현재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韓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은 중간의 입장에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철강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던 철강 제품이 관세로 인해 경쟁력을 잃게 되면서, 한국은 우회 수출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문제는 우회 수출국이 된 한국의 철강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추가적인 관세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올 상반기, 미국은 한국산 철강 수출량을 지난 3년 평균의 70%로 제한하고, 쿼터제, 반덤핑, 상계관세 등 수입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철강의 상황은 밝지 않아 보인다.
  또한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하는 두 국가의 무역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전 세계의 국가들 또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EU는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잠정 발동했으며, 캐나다, 인도 등은 수입규제 수단 도입을 예고했다. 게다가 무역전쟁이 스마트폰, 컴퓨터, 나아가 반도체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끝날 것처럼 보이면서도 끝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미국과 중국이 이틀간의 무역협정을 가졌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국가의 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