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교통은 인류의 활동이 글로벌화 되며 사회‧경제적 발전에 보다 긴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그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수요의 증가는 항공교통 공급량의 증가를 동반하고, 늘어나는 항공교통량을 관리하기 위해선 보다 나은 공역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개발된 효율적인 공역 활용의 방법인 ‘성능기반항행(Performance-Based Navigation, 이하 PBN)’에 대해 알아보자.

 

보다 나은 항공교통을 위하여

 PBN은 앞서 언급했듯 증대되는 항공교통량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등장했다. 과거 항행체계는 통달거리의 제한과 주파수의 한계, 낮은 정밀도, 시스템 간 호환성 부족과 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항공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함에도, 이를 수용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항공교통은 20세기 후반부터 빈번한 지연과 취소 등 많은 문제를 보였다. 이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이를 해소하고 지역항법의 국제적인 통일과 조화를 이룬다는 목표 하에 2007년, PBN을 적용한 항공로 및 비행절차를 도입했다.

 

PBN의 핵심, 지역항법(RNAV)과 필수항행성능(RNP)

 ICAO에서 발간한 PBN 매뉴얼에 따르면 PBN은 ‘ATS Route, 계기접근절차 또는 지정된 공역 안에서 비행하는 항공기 성능에 기반을 둔 지역항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역항법(Area Navigation, RNAV)이란 무엇일까. 지역항법은 위성을 포함한 항행안전시설의 통달범위 이내, 또는 자체 항행장치의 성능 범위 내에서 이들을 독립적으로 혹은 함께 이용하여 항공기가 의도한 비행경로를 항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항행기법이다. 이러한 모든 RNAV 운항은 지상 레이더의 감시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개념이었으나, 이후 시스템의 발전에 따라 자체 성능감시 및 경고 기능, 위성항법(GNSS) 성능이 추가로 갖춰진 RNP(Required Navigation Performance, 필수항행성능) 운항이 탄생하게 된다. 즉, RNAV 운항과 RNP 운항은 비행 방식 면에서는 동일하고, 자체 감시 및 경고 기능 유무만 다르며, PBN은 RNAV와 RNP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 재래식 항법과 RNAV, RNP 운항 비교

PBN의 요건과 시설

 지역항법은 항공기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발전했으나 국제적 통일 기준이 확립되지 못해 항공기 제작사 및 지역별 승인을 따로 받아야하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ICAO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PBN 개념을 항법 적용(Navigation Application), 항법 요건(Navigation Specification), 항행기반시설(Navigation Infrastructure)로 정립했다. 다시 말해, 국제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항법 요건과 항행기반시설을 활용하여 항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항법 요건은 지정된 공역에서의 PBN을 위해 요구되는 항공기와 운항승무원의 요건을 말한다. 이는 공역에서 운영되는 항법 장비나 항공기의 탑재 장비를 고려하여 정해지고, RNAV 요건과 RNP 요건으로 구분된다. RNAV 요건은 ‘RNAV 5’와 같이 접두어 RNAV에 의해 표현되며, RNP 요건은 ‘RNP 4’나 ‘RNP APCH’처럼 접두에 RNP에 의해 표현된다.

 PBN의 항행기반시설은 ICAO ANNEX 10(항공통신)에 정의된 DME, VOR 등의 지상 기반 시설(NDB 제외)과 GNSS와 같은 위성 기반 시설로 구성된다(▶본지 1166호 8면 참조). 항행기반시설은 어떠한 항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횡적 항법(Lateral Navigation, LNAV)을 위해서는 VOR/VOR이나 VOR/DME, DME/DME, GNSS 등이 활용되고, 수직 항법(Vertical Navigation, VNAV)을 위해서는 Baro-VNAV, GBAS, SBAS가 활용된다.

 

LNAV와 VNAV, 그 원리는?

 그렇다면 횡적 항법과 수직 항법은 어떠한 원리로 작동할까. 우선 횡적 항법 중 VOR/VOR은 2개 이상의 VOR로부터 방위를 측정해 항공기의 위치를 결정하며, VOR/DME는 두 시설을 이용해 방위와 거리를 계산, 항공기 위치를 산출한다. DME/DME는 2개 이상의 DME를 사용해 거리만으로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횡적 항법에 사용되는 장비 중 유일하게 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GNSS는 총 4개의 위성을 이용한다. 3개의 위성 신호로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추가 1개의 위성으로 위치계산의 성실도를 확인하는 원리이다. PBN 개념은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횡적 항로를 중심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고고도의 항로상이 아닌 터미널 공역에서는 수직적 개념이 더욱 중요해 수직 항법 시설을 사용한다. Baro-VNAV(Barometic-VNAV)는 계산된 수직 비행로 각도를 바탕으로 항공기의 접근을 유도하는 원리이며, 수직 안내가 필요한 접근 및 착륙 운영을 위한 계기 절차이다. GBAS와 SBAS는 GNSS의 오차를 지속적으로 보정해 더 정확한 위치를 제공한다.

▲ 애틀랜타 국제공항의 RNAV 적용 전 (자료 제공: 대한항공 운항훈련원 박태하 부장)
▲ 애틀랜타 국제공항의 RNAV 적용 후 (자료 제공: 대한항공 운항훈련원 박태하 부장)

왜 PBN인가?

 그렇다면 PBN을 적용함으로써 얻는 이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PBN의 기본 개념인 지역항법(RNAV)은 지상 항법 장비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정확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비행로를 구성하게 된다면, 공역의 용량과 가용성을 향상시킴으로써 PBN의 기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PBN 항법은 일반적인 항공로뿐만이 아니라, 대양횡단 비행로, 터미널 공역, 비정밀 접근 모두에 적용될 수 있기에 일부 공역만이 아닌 공역 전체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장거리 비행 시에는 운항거리를 단축할 수 있기에 연료 절감뿐만 아니라 경제성을 높일 수 있으며, 출‧도착 공항에서는 장애물 회피를 용이하게 함으로 공항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

 공역의 효율적인 운영 외에도 안전성을 높이는 데 PBN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체 감시 기능과 경보 기능이 탑재되어 RNP로 운항하는 항공기는 더 좁은 항공로에서도 비행할 수 있다. 이는 예전과 달리 한 항로에서 운항하는 항공기의 대수를 줄일 수 있어 항공기간 공중충돌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의 PBN은…

 그러나 현재 PBN은 완성된 형태의 기술이 아니기에 보완해야할 점 또한 존재한다. 고고도 항로 및 공항의 출‧도착, 저고도 경로에서의 RNAV 및 RNP 요건이 대형 공항의 항공교통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연이 발생할 요소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한계점으로 꼽힌다. 또 악기상 등의 이유로 PBN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항행정밀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곧 PBN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원 박태하 부장(본교 항공교통 박사 수료)은 “미래 공역 운영 전략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공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시간과 연료를 절약하고 배출 가스를 줄이는 것”이라며 “PBN이 추구하는 항행정밀도 향상과 위성항법 활용이 그 열쇠”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3월 29일, 남대서양을 제외한 세계 모든 해양 공역에서 PBCS(Performancce-Based Communication & Surveillance)가 시행됨에 따라 해양 공역에서의 항행 시스템도 안정화되었다. 또한 PBN은 현재 3차원의 입체적인 공역 운영에 항공기의 자동항법시스템(FMS) 데이터를 반영, 4D 체제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항공 산업에 발맞춰 등장한 성능기반항행, PBN. 조금은 복잡한 개념이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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