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 등 12명을 재판에 넘기고 60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6월 27일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은 총 49곳을 압수수색하고, 16TB가 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모바일에 대해 포렌식 분석을 하는 등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왔다. 허 특검은 지난달 27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입증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드루킹 특검, 주요 쟁점은…

 특검은 드루킹 김 씨 일당이 2016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댓글 141만 개와 총 9971만여 건의 공감‧비공감을 조작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1억 클릭’에 육박하는 수치로, 지난해 4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특검은 김 씨에게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되었다. 김 씨가 도 모 변호사(필명 ‘아보카’)와 함께 2016년 3월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게 합계 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노 의원은 정식 입건 전 별세해 별도의 처분을 받지 않게 되었다.

 김 지사에게는 매크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댓글을 조작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근거지인 느릅나무 사무실을 방문했고,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댓글 조작을 승인했다고 본 것이다. 김 지사는 당일 사무실에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연회는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특검팀은 김 씨와 더불어 김 지사를 댓글 조작 행위의 ‘머리’로 결론 내린 셈이다. 또한 특검은 김 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김 지사가 6월 지방선거 당시 김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일본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김 지사가 드루킹 김 씨에게 100만원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의 1회 진술이 있었지만, 이후 진술을 번복했고 김 씨와 다른 관계자들 역시 이를 부인했다.”며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김 지사에게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되었다. 송 비서관은 김 씨 등 경공모 회원을 만나 현금 200만원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불법 댓글 조작 여부를 알았다는 의심을 받았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외부 회사에서 약 2억 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도 적용했다. 백 비서관에 대해서는 “사건 은폐에 대한 증거가 없고 직권남용 부분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검찰로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60일 간의 여정

 한편 허 특검은 특검 역사상 최초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수사 기간을 한 차례(30일) 연장할 수 있었음에도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수사팀 내부에 이견이 있지는 않았는지, 혹은 특검팀이 수사 결과에 자신이 없던 것은 아닌지 등의 의혹이 제기되었다. 경찰이 초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핵심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출발했다는 한계점이 있었지만 수사 의지가 약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될 당시 특검팀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일어난 바 있다. 이에 허 특검은 연장 포기에 대해 “수사 기간 연장은 예외적인 것”이라며 “수사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더 이상 수사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입김에 쉽게 흔들렸다는 아쉬움 또한 남는다. 김 씨의 측근인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김 씨의 진술 번복 논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 중요한 수사 마다 정치권은 여러 성명을 밝혔다. 실제로 특검팀은 송 비서관이 경공모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의혹을 조사하던 중 매달 3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찾아냈다. 이에 여당은 “별건수사(특정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관련 없는 사안을 조사하며 수집된 증거‧정황으로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수사 방식)로 정치적 갈등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특검을 공격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으며 별건수사 논란은 해소되지 못한 채 남게 되었다. 결국 특검팀은 ‘정치 특검’이라는 불명예만 안고 수사를 종료하게 되었다.

 

 앞으로 특검팀은 최소한의 인원만 남고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남은 인력은 앞으로 열리게 될 재판에서 김 씨 일당의 혐의를 입증하고 적절한 형량을 받아내기 위한 공소유지에 나선다. 허 특검은 “드루킹은 킹크랩을 통해 정치적 여론을 왜곡했고, 김 지사는 드루킹을 소개받아 알게 된 후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하고 개발 및 운용에 공모한 점, 센다이 총영사직 인사 청탁에 연루된 점이 확인돼 기소했다.”고 밝히며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에서 기소한 사건은 1심 3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2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 특검 기소 사건 중 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재판을 마무리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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