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제 선임기자

 누구나 그렇듯, 나에게도 우상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에는 모교의 수학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주인공인 ‘윌 맥어보이’가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수학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게 많으셨고, 성품 또한 온화하시기에 좋아했다. 윌 맥어보이의 화려한 언변과 논리적인 모습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왔다. 이러한 동경심의 밑에는 부러움과 나는 못났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게도 저런 능력과 모습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결국 나의 우상을 본받고 닮아가려는 마음의 끝에는 울적한 기분만 남아있기 일쑤였다. ‘나에겐 없는 것’을 가진 그들을 보며 자존감은 사라져 갔고 열등감은 커져만 갔다.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비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거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기도 한다. 한 명쯤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정의감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지독하게 한 가지 일에 매달려 성공하기도 한다. 다시 재기하리라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실패했지만 의지 하나만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인물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이건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인 거지,’ ‘현실에선 일어날 리 없어’라고 결론 짓거나, 혹은 ‘저런 사람도 있는데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자처럼 생각해버린다면 순수하게 드라마와 영화를 즐기며 그들을 바라볼 수 있다. 내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후자와 같이, 그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할 때, 바로 그 순간 발생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나에겐 없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과, 또는 흔히 ‘금수저’라 불리는 부유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한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내게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를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 스스로를 책망하고, 나를 이렇게 만든 주변 환경을 탓하며 부정적인 영향만을 남긴다.

 이러한 비교의 기반에는 그들은 평균 이상이며, 나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흔히 생각하는 ‘평균’은 표준정규분포 그래프 속 평균값과 같이 평균 이상과 이하의 면적을 같게 하는 중간값을 지칭한다. 그렇기에 내가 평균과 멀리 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나 만일 그래프가 한쪽에 치우쳐있다면 어떨까. 재능이 매우 뛰어나거나 돈이 지나치게 많은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리 뛰어나지도 않고 돈이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이럴 경우 평균값은 이 극소수에 의해 오른쪽으로 치우쳐진다. 대다수는 평균보다 아래임에도, 평균값은 이상하리만큼 높게 설정되는 것이다. 그 결과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평범한 사람이 된다. 나도,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모두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평균값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돌린다면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비교하며 자책할 일도 사라진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가진 무언가를 가지지 못한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끼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 사람 또한 나와 같은 세상에서 같은 고민을 하며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았으며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고민을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기에도 부족한 시간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평균 그래프를 떠올리며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린 모두 개인이 설정한 평균의 오류 속에 빠진, 알고 보면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부족할지언정 없지 않고, 있을지언정 많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주자.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달콤한 초콜릿을 나에게 선물하며 참으로 보통 사람인 자신을 응원해주자. 평균 아래의 보통 사람인 내가, 나와 같이 보통 사람인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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