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휘권 편집국장

 

  일본의 대표음식 초밥. 우리나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김치이듯이, 일본의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초밥이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되어 기원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초밥의 형태는 지금의 도쿄인 에도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쿄의 긴자에는 수많은 초밥장인들이 모여있다.
  아라키 미쓰히로 씨도 긴자에서 초밥을 만드는 장인 중 한명이다. 그는 그의 스승인 니이쓰 다케아키 씨를 따라 그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어 반드시 긴자로 진출해 가게를 내겠다고 마음먹는다. 그의 스승은 아키히토 천황 앞에서 초밥을 쥘 만큼 대단했다. 아라키 씨는 그런 스승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 결과, 아라키 씨의 가게는 열정에 예약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의 인기를 누리지만, 그는 반드시 긴자에 진출해 더 높은 벽을 뛰어 넘고 싶다고 말한다. 긴자는 자신이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믿었지만, 점점 자신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라키 씨의 열정과 노력에는 스승의 가르침 하나하나가 바탕이 되어있다. 처음 아라키 씨가 스승을 만났을 때, 스승은 미학(美學)이 없다며 잘난 척하지 말라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아라키 씨는 그 말을 인정하고, 주눅 드는 대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때 느꼈던 감정 때문일까. 그는 ‘처음 느꼈던 것을 끝까지 지켜가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스승의 뒤를 따르기 위해 기술 뿐 아니라 자신을 끝없이 갈고 닦는다.
  스승의 가르침은 아라키 씨를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라키 씨는 단순히 최고의 장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까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수련한다. 그러나 스승의 가르침 중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열심히 하지 마라.’는 것이다. 스승은 “열심히 해봐야 1년 밖에 못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1년이든 2년이든 그것은 사람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열심히 하지 마라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다. 누구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이 누구나 아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알기 어려운 이 문제의 답은 아라키 씨가 아닌 오히려 다른 초밥 장인, 오노 지로 씨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미슐랭에서 별 세 개를 받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초밥을 만들었던 최고의 초밥 장인이다. 그는 지독할 만큼 일정한 삶을 살아간다. 전철을 탈 때도 같은 곳으로 들어가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곳으로 내린다. 지난 20년 동안 그가 바뀐 것이라고는 담배를 끊은 것 하나 뿐이다. 그저 매일 최고의 초밥을 만들겠다는 일념뿐이다. 장인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게 안 돼, 저게 안 돼’라고 하면 평생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노 씨는 평생 초밥을 만들면서 이것저것 재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자신이 초밥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초밥을 만드는 것이다.
  아라키 씨든 아라키 씨의 스승이든, 오노 씨든 결국 기본자세는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일에 노력을 다 하는 것. 과거든 미래든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하는 것. 그저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다. 특별히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충하지 않으며, ‘그냥 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무작정 열심히 하려다가 지쳐 쓰러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또, 하기 싫어서, 귀찮아서 지금의 일을 대충 한 적도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면 지금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에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최고가 되고 싶다면 그러한 태도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을 아라키 씨와 오노 씨는 말하고 있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태도를 넘어서, 그 일이 일상이 되는 경지에 올라서야만 승산이 있는 것이다. 장인들의 이러한 태도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누구나 어떤 분야에서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위로 올라가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굳이 직업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다면, 긴자의 초밥장인들처럼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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