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는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5개 기관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2019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에 2019년 예산안에 따라, 특수활동비가 예산에 포함된 기관의 수는 국정원을 제외한 2018년 19개에서 14개로 줄 전망이다. 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검찰청, 경찰청 등의 특활비가 감소하여, 내년도 전체 특수활동비는 9.2%가량 감소할 예정이다. 이는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특수활동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은 돈, 특수활동비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특수활동비는 무엇에 사용되는 예산일까.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특수활동비로 정의하고 있다. 보통 특수활동비는 국정원, 법무부 등 수사·보안·국방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에 지급되기 때문에 보안과 대외 비밀 유지 등을 이유로 사후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는다. 따라서 특수활동비에 대한 예산내역은 공개되지 않으며, 사용내역 또한 알 수 없다.
  특수활동비가 논란이 되는 점은 바로 이 점이다. 예산내역이 공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수활동비 사용에 대한 기준이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이라는 문장으로 명시되어 있어 해석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즉 특수활동비로 정해진 예산을 위로금, 축하금, 심지어는 개인의 생활비로 쓰더라도 국정수행활동의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분노한 여론, 특활비 폐지


  2017년 한 해 동안 특수활동비로 지출된 예산은 모두 8,167억 원에 달한다. 국무총리실의 경우에는 국무조정실 기본경비, 정당과 시민사회 등 국민과의 소통강화, 국정 활동 수행 등 3개 명목으로 11억 원 상당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보호활동비, 정보사업비, 해외기술정보 활용지원 등의 명목으로 50억 원대를 지출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사용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른 몇몇 부처 또한 어디에 사용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특수활동비를 명목으로 예산을 지출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정의한 ‘정보 및 사건수사’를 하는 식약처, 중앙선관위, 금융감독원의 경우에는 오히려 특수활동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특수활동비가 과연 적재적소에 배분되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여론이 계속됨에 따라,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먼저 전면에 나섰다. 참여연대가 국회 사무처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와 소송에서 지난 5월 대법원은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국회는 2011~2013년 지출내역서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따라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국회는 여론을 수용하였고, 그 결과 5개 기관의 특수활동비 폐지와 특수활동비 총액을 2018년 3,168억 원에서 2,876억 원으로 9.2% 감축을 포함한 2019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제해결? 아직 아니다…


  특수활동비가 9.2% 감축되고 5개 기관의 폐지가 2019년 예산안에 포함되어있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있다. 특수활동비가 부처마다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 등의 세부내역은 여전히 비공개다. 9월 5일 기준, 특수활동비를 공개하고 있는 부처는 국세청 등을 포함한 10개 부처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방부 등을 포함한 7개 부처는 부분 공개이다. 국정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지출한 국방부를 보면, 기본경비와 해외파병, 민간보상예산에 포함된 특활비 지출내역을 부분 공개했다. 2017년 전체 특활비 1,865억 원 가운데 5억 9,453만 원, 즉 0.32%만 공개한 셈이다. 나머지는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 공개한 다른 부처도 예산의 극히 일부만 공개하는 등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지출하는 기관인 국정원은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수활동비 대신 안보비를 신설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즉, 특수활동비 자체를 안보비로 이름을 바꾸었을 뿐이고, 2018년 예산보다 979억 원 많은 5,610억 원을 안보비 명목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 안보비 역시 내년 예산은 비공개이며, 국정원의 예산 특성상 예산이 각 부처에 흩어져있기 때문에 그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왔다는 논란을 계속해서 가져온 특수활동비. 이제 특수활동비에 대한 정보 공개와 폐지 및 감축의 움직임이 보이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듯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보비 신설과 정보공개에 불복하여 항소하는 국회 등 여러잡음은 끊임없이 들리는 상황이다. 특수활동비가 마냥 국회나 정부 부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지역에서는 재량사업비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이 비공개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국민들의 알 권리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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