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기관

손휘권 편집국장

  우리가 볼 수 있는 항공기들은 모두 제트엔진을 장착한다. 왕복기관을 사용하는 항공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여전히 많이 쓰이며,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엔진의 기초가 되는 만큼 왕복기관을 이해하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왕복기관을 운용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왕복기관의 중요한 특성은 흔히 노킹이라고 알려져 있는 데토네이션(Detonation)과 MBT(Minimum advanced for Best Torque)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린
더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실린더는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의 원리로 일한다. 공기를 흡입하고 압축한 후, 스파크 플러그(Spark Plug)를 사용하거나 연료를 직접 분사해 압축된 공기를 폭발시켜 폭발한다.
  데토네이션은 이 중 압축과 폭발단계와 관련이 있다. 스파크 플러그로 점화하여 화염이 전파될 때 스파크 플러그나 밸브 쪽이 아닌 실린더와 가까운 말단가스가 화염이 닿기도 전에 스스로 폭발해버린다. 이를 데토네이션이라고 하며, 실린더의 과열, 각 부품의 응력 증가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데토네이션에 의한 압력 충격파가 발생하여 크랭크 각(Crank Angle)의 움직임도 비정상적으로 변해 엔진 출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운항에 치명적이다. 데토네이션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는 높은 말단가스의 온도이다. 엔진은 점화를 한다고 해서 바로 불이 붙는 것이 아니라, 자연발화 온도에서부터 발화가 될 때 까지 연료가 화학변화를 하는데 점화지연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이 다 지나기 전에 실린더 행정 중 이미 정상적으로 연소된 화염이 말단가스에 전파되면 적절한 시간보다 일찍 발화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4행정의 폭발단계에서 정상적인 폭발이 한 번만 일어나야 될 것이 말단에서도 거의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엔진에 심각한 무리를 주고 추진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유입공기의 온도가 높은 것이 원인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낮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옥탄가란 연료가 압축됐을 때 스스로 터지지 않으려는 힘을 뜻한다. 요즈음 대부분의 연료는 옥탄가까지 고려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때문에 데토네이션이 발생할 경우는 없지만, 이론상으로는 옥탄가가 낮다면 압축 시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터져버려 데토네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압축비도 마찬가지이다. 연료가 버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압축비가 선정될 경우 연료가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냉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적절히 냉각을 통해 말단가스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한다면 데토네이션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폭발 직후 배기되는 가스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배기밸브를 잘 냉각해주거나 말단가스에서 먼 곳에 배기밸브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적절한 압축비도 고려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나친 압축비는 말단가스에 필요 이상의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엔진의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MBT는 데토네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최적의 점화시기로 최대 토크(Torque)보다 1% 작게 되는 시기를 뜻한다. 이 시기는 최대출력이 되는 시기보다 약간 늦은 시기에 점화하여 데토네이션과의 마진을 두는 때이다. 데토네이션 시기는 온도나 rpm등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MBT 또한 절대적으로 정해진 시기는 아니다. 따라서 운용되는 조건에 따라 값이 상이하다. 예를 들
면, 엔진이 저회전할 경우 데토네이션의 발생시간이 길기 때문에 마진을 유지할 수 있도록MBT를 늦추게 된다. 고회전의 경우 데토네이션의 발생시간이 짧기 때문에 발생 가능성이 적어지므로 오히려 MBT 시기를 앞당기는 식으로 조절한다.
  만약 데토네이션과 MBT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면 이 정도 설명으로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데토네이션을 쉽게 말해보자면 ‘터지면 안 될 때 터지는 것’ 또는 ‘터져야하기 전에 터져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인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냥 ‘비정상적으로 높은 말단가스의 온도’때문이다. 이를 유발하거나 이를 버티지 못하
는 모든 조건이 데토네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MBT도 마찬가지이다. ‘데토네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마진’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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