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기자
▲박주원 기자

 

마블 영화에 대한 선입견

마블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마블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통은 CG만 화려한 영화로 치부한다. 하지만 마블 속 캐릭터들의 성격과 처한 환경들에 집중해 관람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마블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넘었던 이유가 과연 화려한 CG에만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예전처럼 단순한 스토리로도 히어로 영화가 흥행했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화려한 영상, 배우들의 좋은 연기력은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스토리가 더해져야 비로소 최근의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제부터 마블 스튜디오가 얼마나 치밀하게 영화들을 구상했는지 살펴보자.

 

현재 사랑받는 히어로의 특징

1920년대부터 여러 영화 제작사들은 히어로 영화들을 앞 다투어 양산해냈다. 관객들은 고난을 이겨내고 속 시원하게 악당들을 무찌르는 내용에 희열을 느끼며 꾸준한 사랑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히어로 영화들이 나왔기 때문에 관객들의 눈이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영웅들이 비현실적이고 비감성적이며 평범한 인간과 거리가 있다면 자연스레 인기가 떨어지게 되었다. 마치 현실 속에서 실제로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 같은 히어로가 더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즉 히어로가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드러낸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 이는 몬머스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게리 르완도브스키 교수가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공통점이다."라고 말한 것에서 참고할 수 있다.

 

마블 속 히어로들의 특성

마블은 이 공통점의 요소의 장점을 알고 있었다. 우선 마블의 캐릭터들을 떠올려보자. 분노하면 괴물로 변하는 헐크, 최첨단 슈트를 입은 아이언맨, 천둥의 신 토르 등 현실 속 인간들과 거리가 먼 히어로들이 대다수다. 더군다나 비과학적인 요소들은 최근의 관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마블은 보란 듯이 흥행에 성공해냈다. 도대체 마블은 영화 속에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바로 캐릭터들에 인간성을 부여했다. 마블 영화 속 히어로들은 단지 힘의 스케일만 차이가 날 뿐, 그들이 하는 생각과 행동은 인간들과 다르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고뇌하고 혼자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좌절하며 동료들과 갈등하는 인간적인 장면들이 반복해서 나온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1>이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캡틴과 아이언맨이 언쟁을 하는 장면들을 통해 마치 사회에서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히어로들한테서 느낄 수 있었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토르의 망치가 헬라에 의해 부서져 토르는 좌절하고 방황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오딘의 도움으로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닫고 더욱 강해지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것을 통해 지구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토르 역시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토르라는 캐릭터를 관객들에 이입시킨 것이다.

토르:라그나르크 (출처 : 나무위키)
토르:라그나르크 (출처 : 나무위키)

히어로 영화의 본보기가 되는 마블 시리즈들

그렇다면 만약 마블에서 감정묘사가 생략되었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힌트는 마블의 경쟁사인 DC의 영화 속에 있다. 두 제작사의 영화를 비교해 보자.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2>DC<맨 오브 스틸> 속 히어로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있다. 먼저 마블의 히어로인 스타로드는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걷자고 제안을 받는다. 처음 보는 친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강요한다면 아무 대꾸 없이 따를 사람이 있겠는가? 스타로드 역시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장면은 스타로드의 선택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 관객들은 스타로드의 결정을 수긍하고 동조할 수 있다. 하지만 DC의 슈퍼맨은 아버지의 환영에게 자신이 외계인임을 알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혼란스러워하고 정신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슈퍼맨은 너무 쉽게 받아들이며 혼란스러움에 대한 감정묘사를 생략했다. 따라서 관객들은 주인공에 공감하지 못하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러한 감정묘사의 차이가 두 제작사의 흥행과 평점에서 희비가 엇갈리게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사례를 봤을 때 마블을 단지 CG 덕분에 흥행한 영화라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만약 그랬다면 DC의 영화처럼 혹평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블의 감정묘사와 스토리는 히어로 영화를 한 단계 발전시킨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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