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창선 기자
나창선 기자

 

 현대인들은 피나는 노력 속에서 살아간다. 어쩌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들은 운이 다하는 날 곧 도태되기 마련이다. 노력이 현대인의 미덕이 되었고 경쟁에서의 승리가 그들의 목표가 된 오늘날, 나는 소속감이라는 편안함 속에 그런 주요한 지향점들을 잊어버리진 않았나 고민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수능이라는 가장 큰 관문을 겪게 된다. 수능이란 경쟁의 결과로 우리는 피라미드처럼 대입에서 자신의 위치가 결정되게 된다. 인간을 획일적인 점수로 줄 세우는 잔인하나 효율적인 이 방법은 필자인 나도 지독하리만큼 겪었던 경험이다. 오늘은 수능 28일 전 내가 나에게 썼던 편지를 적으며 그 시절의 노력을 되새김질하고 현재 대학이라는 소속감 속에 안주를 경계하고자 한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 또한 자신이 진정 피나는 노력을 한 적이 있는지 지금 소속감 속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볼 기회가 된다면 필자는 더없이 기쁠 것이다.

 28일 뒤 수능이 끝난 후 나에게, 고등학교 때 뒤에서 2등도 해본 놈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안하던 공부한다고 여기까지 참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 작년 재종반 1년은 코로나 등등 운도 지지리 없었고 후반엔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작년 수능 끝나고 느꼈던 그 지독한 감정을 다신 느끼지 않기 위해 올해는 진짜 열심히 했다. 옆을 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앞으로는 살아가면서 후회할 일들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작년까지의 나는 도전을 좋아했으나 한 번도 끝까지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작년도 마찬가지로 피하려고만 했었다. 내 결과를 남들이 몰라도 도전하는 나의 모습만 보고 내 도전이 미화되는 나이는 작년까지였다. 이제 나는 성인이고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내가 박살이 나도록 부딪혀보자, 내 모든 것을 쏟아붓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해왔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았다. 밥도 혼자 먹으면서 생각했다. 남들은 내게 말했다. 내가 반에서 제일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올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나는 무조건 끝까지 가라고 했다. 매일 박살나게 공부만 한 후엔 일주일 중 주어진 자유시간 1시간 남몰래 기숙사에서 혼자 울었다. 내가 지금 흘리는 눈물이 미래의 나를 더 빛나게 해주었으면 싶었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지금의 나는 너무 비참해서 다른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운동을 하며 숨이 차고 그것을 견뎌 한 개라도 더 일으킬 때가 퍽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이 시간들을 어떻게 버텼나 싶기도 하고 자신이 자랑스러워진다. 올해의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끝난 뒤엔 나도 스무 살은 보내버렸지만 아직은 젊을 스물한 살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나는 성공할 것이고 내가 견뎌온 이 시간들은 내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킬 것이고 나를 위한 새로운 것들을 쟁취할 것이다. 재수생 시절 나에게 썼던 이 편지는 그날의 노력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냐고? 보기 좋게 망했다. 그동안 모의고사에서 받아보지 못한 성적을 수능에서 받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내 지난날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한 적이 없다. 내 몸을 불 싸질러 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회한이 남지 않고 그곳엔 후련함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당신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짧은 순간 속에서 당신의 이 노력은 감춰지게 된다. 상대방은 당신의 과정을 모르는 탓에 겉으로 보이는 ‘대학교 배지’로 당신을 판단할 것이다. 그들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나도 처음 본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그들의 ‘배지’가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과정에 대한 후회는 없으나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대학교에 다니는 지금 당신은 많은 사람에게 당신의 ‘대학교 배지’로 당신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좀 더 ‘근사한 배지’를 달 수 있는 길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것이 당신이 현재 소속감에 안주하며 살아가기보다 피나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피나는 노력을 하더라도 ‘근사한 배지’를 달지 못하면 어떡할 것인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에서 당신은 이미 근사한 사람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력의 과정에서 얻게 된 그 단단한 무언가는 가치를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보여지게 될 것이다.

 내 담대히 계획한 것들을 훌륭하게 성사시켜 보자! 작업 공구를 손에 들어라, 삽과 괭이를 움직여라! 계획한 일은 기필코 완수해야 한다!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고 부지런히 땀 흘리는 자, 반드시 톡톡한 보상을 받으리라. 이 위대한 사업을 완성하 려면 수천의 손들을 부릴 수 있을 위대한 정신 하나면 족하다.

「괴테, 파우스트 – 정서웅」

 끊임없이 노력하는 파우스트처럼! 최선을 다하자. 최고의 종지부를 찍어보자.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