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훈 기자        
                                                      강지훈 기자        

   얼마 전, 우리 항공대신문사 기자들끼리 신문사에 왜 들어왔는지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누구는 선배에 이끌려서, 누구는 부모님의 조언에, 누구는 마냥 들어오고 싶어서, 저마다 각자의 답을 내놓았다. 나도 그 순간에는 마냥 들어오고 싶었다고 얼버무렸다. 그다지 명확한 답은 아니었기에 그 후 스스로 다시 질문해보고, 생각하고, 답해보았다. 기자를 꿈꾼 적이 없고, 인문계 학생이 아니며, 화려한 문장력도 없는 내가 왜 학보사에 들어오려 했는지를.

   내가 항공대신문사를 알게 된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입학 한 지 일주일 채 되지도 않았을 무렵 학생회관 앞을 지나갔을 때였다. 처음 마주한 작고 아담한 학생회관 건물 앞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2층 오른편 창문에 보이던 ‘항공대신문사’ 라는 눈에 잘 띄는 제법 큰 크기의 여섯 글자였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이끌린 듯이 항공대신문사라는 곳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마침 에브리타임에 58기 수습기자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덥석 지원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내가 학보사 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말빨’, 즉 언변이 부족하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말해보라 하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말은 깊이 고민하고 꼼꼼히 퇴고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 마디를 곧장 입 밖으로 내뱉기 위해서는 생각이 말을 앞서거나 동시에 행해져야 한다. 하지만 생각을 다 하기 전에 말을 하려고 하니 그만 스텝이 꼬여 버린다. 남들보다 꼼꼼함을 따지는 성격을 가졌기에 말로써는 생각을 온전히 표현하기에 부족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할 때는 자연스레 ‘글’이라는 수단을 더욱 찾게 되었다.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 본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침, 한 편의 글을 읽고 칼럼을 써보는 활동이 있었다. 글쓰기 귀찮은데 아침에 졸리기까지 하니 대충 써낸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는 그 순간만큼은 글쓰기에 집중했다. 비록 멋지게 잘 쓰지는 못해도 나름의 구색을 갖추어 나만의 생각을 천천히 종이 위에 적어갔다. 늘 마음 한구석에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기에 생각을 담아 글을 써 내려갈 때마다 왠지 모를 희열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 감정들이 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교에서까지 이어진 것일까.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수동적인 신분에서 벗어나 대학생이라는 주체적인, 어찌 보면 지식인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으니 그러한 욕망이 나도 모르게 더욱 불타오른 게 아닌가 싶다.

   글쓰기는 사유의 시간을 준다. 여러 가지 고민거리들로 복잡하게 생각하기 바쁜 와중에도 글쓰기는 온갖 잡념을 지우고 오로지 글에 집중하게 만든다. 오직 다루고자 하는 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따져보고, 나아가서는 깨달음까지 얻어가게 해준다. 생각 없이 단번에 써 내려간 글은 조악하고 볼품없다. 반면 수없이 생각하고 읽기를 반복하며 글을 매끄럽게 다듬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하나의 멋진 예술 조각을 만들어가는 과정과도 같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한 편의 멋진 글이 탄생한다.

   신문사에 들어오고 첫 칼럼을 쓰게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다룬 칼럼을 썼는데 그만 채워야 할 분량을 다 채우지 못했 다. 분명 글을 다 쓴 것 같은데 억지로 분량을 늘리려니 마땅히 쓸만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 글을 더 채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중에 가서 그때 분량이 부족했던 것이 다행스러웠다. 수정하기 전 칼럼을 읽어보니 내용이 조악하기 짝이 없었고, 귀찮음에 대충 써 내려간 티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다시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고쳐나갔기에 꽤 의미 있는 한 편의 칼럼이 완성된 것이다. 글쓰기는 끊임없는 생각의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고마운 순간이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학보사 활동을 하면서 내 생각을 담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은 어떠한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 너무나도 좋았다.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아는 것이 부족해 글을 쓸 때마다 어려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우리 기자들 모두 내겐 다소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주제까지 다루니 다들 멋져 보이고 대단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앎을 확장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나도 기사를 잘 쓰겠노라 다짐했다.

   비록 어렵고, 따분하고, 시간 뺏기는 기사와 칼럼 쓰기지만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의 폭을 넓혀가면서 나날이 성장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갈수록 고맙고 정이 드는 신문사다. 들어오길 참 잘했다고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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