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인플레이션 위기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급등하고 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대를 돌파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우리 경제에 갈수록 커지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위협에 직면한 전 세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세계 각국은 위기 극복을 위하여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큰 폭으로 재정을 지출하였다. 주가와 집값 폭등이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직면한 경제위기 극복에 급급했던 나머지 필연적으로 따라올 인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대처는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예측과 다르게 인플레이션은 훨씬 빠르게 찾아왔고,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이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자 달러 가치와 환율이 급상승하였다. 환율 폭등은 차례대로 물가와 금리의 폭등을 일으켰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또다른 경제위기가 전 세계에 시작되었다.

 

▲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제롬 파월 연방 준비 제도 의장의 모습  출처: VOA
▲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제롬 파월 연방 준비 제도 의장의 모습  출처: VOA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일부터 국경절 연휴 기간을 앞두고 역외 위안화 시장의 개입에 대비할 것을 국영 은행권에 지시했다.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7위안을 뚫자 중국 국내 시장 심리가 위축되어 막대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인민은행은 환율 방어에 필요한 조치를 계속해서 내놓았다. 또 다른 이웃 국가 일본도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1년 만에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24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여 3조 6000억 엔(약 35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경제에 켜진 빨간불

 우리 경제 또한 큰 악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전기와 가스 요금을 지난 7월에 이어 동시에 인상하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러시아발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가스와 전기를 만드는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올해에만 벌써 네 번째 인상된 전기 요금에 의하여 가구당 부담이 반년 새 15% 가까이 증가하였다.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식량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 식품 업계들이 국제 곡물 가격 상승, 환율 급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3% 인상, 빙그레는 과자 6종의 가격을 13.3% 인상했다. 수입 과일들의 가격 또한 폭등하였다. 도매가격 기준 바나나는 한 달 사이 8.5%, 1년 전과 비교하였을 때 20% 넘게 가격이 증가했고, 체리와 망고, 파인애플 또한 한 달 사이에 가격이 10% 올랐다.

 환율과 물가 상승도 문제지만, 더한 문제는 자산 시장으로 그 중 특히 20·30세 대 ‘영끌족*’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거 매도를 야기했다. 한때 3,000선을 돌파했던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는 지난 9월,  2년 2개월 만에 장중 2,200선이 깨졌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한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했지만, 기대했던 반등 없이 증시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점차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최근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 연말에는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졌고 이에 따라 영끌족의 페닉셀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으나 늘어나는 대출 이자와 하락하는 집값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붕괴한 코인 시장에 이어, 주식과 부동산이라는 또 다른 자산 시장의 붕괴가 목전으로 다가옴에 따라 종합적인 관점에서 당분간 경제 시장에는 계속해서 빨간 불이 켜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끌족: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사람들
**페닉셀링: 공포에 의한 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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