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는 혼잡 지하철역에 안전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는 혼잡 지하철역에 안전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동 한복판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핼러윈 파티를 위해 서울 이태원으로 모인 시민들이 수많은 인파에 짓눌려 좁은 골목길에서 158명이 압사하는 유례없는 대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희생자들의 유족과 지인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참사의 현장을 생생히 목격했기에 그 아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현재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그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한 경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에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있다.

 

  안전요원 배치된 지하철 출퇴근길

  서둘러 지하철에 타기 위해 밀치고 열차에 구겨 타던 서울 지하철의 출퇴근길 풍경 이 뒤바뀌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1월 4일부터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도가 높은 신도림·교대·사당 등 23개 역사에 안전요원 260명을 배치했다. 경찰청도 서울 시내 주 요 16개 역에 100여 명의 질서유지를 위한 인력을 투입했다. 기존에도 역무원과 지하 철 보안관을 투입해 안전관리와 질서유지 업무를 수행했으나 그 인원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참사를 계기로 안전요원이 추가 배치된 것은 긍정적이나 안전요 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고 좀 더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말 맞은 백화점도 안전에 촉각

  연말을 맞아 대형 백화점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려하게 수놓은 조명으로 백화 점을 꾸민 가운데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조명 점등 시간을 기존 7시간에서 5시간 내외로 제한해 운영하고, 안전관리 인원 35명을 추가 배치해 보행자 동선이나 인파가 몰려 생기는 위험요소를 관리하기로 했다. 명동 신세계백화점은 미디어 파사드 연출 기간 동안 본관 주변과 맞은편 포스트타워에 340m 규모의 펜스를 설치하고 50여 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해 몰려든 인파가 물리적으로 도로로 나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더현대 서울은 5층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으로 펜스를 설치했고 트리가 설치된 구역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안전요원 통제하에 자체적인 대기 시스템을 거쳐야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광역버스 입석 전면 금지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도 출퇴근 시간대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입 석 승차가 11월 21일부로 전면 금지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광역버스 입석 승 차가 금지되었으나 출퇴근 시간대에는 수요 집중을 이유로 허용해왔다. 그러나 일부 버스 업체 노조가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월부터 입석 금지 투쟁 을 벌였고,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입석 승차가 전면 금지된 것이다. 급작스러운 입석 금지 조치에 불편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긴 했으나 정부와 경기도는 혼잡 방지를 위해 버스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월드컵 응원전도 ‘안전 최우선’

  대한축구협회가 사고 예방과 참사 추모를 위해 광화문에서 열기로 한 카타르 월드 컵 거리 응원을 취소했으나 서울시와 종로구는 붉은악마 응원단이 제출한 광화문광 장 사용신청을 조건부 허가했다. 11월 24일과 28일, 12월 2일 열리는 거리 응원에서 붉은악마 측은 안전관리 인력을 기존 150여 명에서 340명으로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비해 3배 가까이 안전요원 인력을 증원했다. 광화문광장 인근 정류장과 지하철역을 임시 폐쇄 또는 무정차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광장 곳곳에 대형 스크린을 추가로 설치해 인파가 분산되도록 했고,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안전한 거리 응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태원 참사는 그동안 다중 밀집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에 무뎠던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사람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리고 서로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출퇴근길의 서울 지하철,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 백화점과 놀이동산 등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모이는 곳이지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나던 장소에서도 인파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조치가 강화되는 등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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