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편집국장
박주원 편집국장

 왜 사람들은 실수를 인정하기가 어려울까?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실수를 인정하면 이유 모를 패배감이 생기고, 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이 행한 연구에 따르면 맞아, 내가 실수 했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미안해라고 말하는 게 더 쉽다고 한다. 후자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서적 측면만을 바로 잡는 것이 목표이다. 그만큼 차라리 사과를 할지언정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습관은 도리어 흠이 없고, 취약하지도 않고, 극도로 완벽한 나를 만드는데 집착하여 매우 엄격하고 건강하지 않은 나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내가 인간답게 성장하고 개선해 나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행복은 사실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것이기에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실수를 인정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하지만 서론에서 말했듯이 실수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죄송합니다.’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더 쉽다하지 않던가? 그래서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은 처음엔 잘 안되더라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필자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지금의 칼럼을 쓰기 전에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가 꺼져버렸는데, 파일을 저장하지 않았던 것이 기억나 가슴이 하고 내려앉았다. “설마, 설마하는 마음으로 파일을 서둘러 켜보았지만, 화면에는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만 두꺼운 글씨로 외로이 남아있었다. 순간 망연자실해 책상에 얼굴을 파묻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일어나, 물이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싶어 정수기에서 물을 떠다 마시면서 나는 곧바로 내 실수를 인정했다. “맞아. 저장을 안 한 내 잘못이야. 저장을 미리미리 했어야 했어.” 사실 글을 쓸 때 무아지경 상태로 몰입해서 쓰게 되는 나는 미리미리 저장을 해줘야 하는 것을 종종 잊어버렸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이 글을 여기까지 쓰면서 저장 버튼을 누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방금 칼럼 하나를 날려놓고서도 방심하다니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아닐까? (지금 저장버튼을 눌렀기에 독자 분들은 안심하시길) 하여튼 아까 정수기 앞에서 물을 마시던 순간으로 되돌아가서, 그렇게 내 실수를 인정했더니 곧바로 억울함이 밀려왔다. “아니. 근데 컴퓨터는 왜 이렇게 안 좋은 거야... 다른 컴퓨터였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 아니야...” 억울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무기력하게끔 적시려고 할 때 다시 한번 그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됐어, 생각해보니깐 컴퓨터가 안 좋은 게 내 노트북도 아니고 학교 컴퓨터잖아? 고칠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다행이지 뭐. 그리고 마감 기한이 얼마 안 남은 과제였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끔찍해? 지금 이렇게 시원하게 파일 한번 날려보고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다음에는 저장을 잘할 거라고 생각하니깐 오히려 잘됐네!” 그 뒤, 시원한 정수기 물 한잔 덕분인지, 실수는 인정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한 덕분인지 (필자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면서 다시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이 글만큼은 잘 마무리된 것 같다. 여러분도 실수를 인정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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