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노동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주 6일 근무가 당연시되던 과거에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어 이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더 나아가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주 4일 근무제 도입 논의에 불을 지핀 건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팬데믹이 서서히 종식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오늘날, 주 4일 근무제는 새로운 노동 환경의 표준이 될 수 있을까?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 (출처: 뉴시스)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 (출처: 뉴시스)

  뉴 노멀로 떠오르는 주 4일제

  우리나라에서 주 5일제가 시행된 건 불과 20년이 채 되지도 않았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1926년 미국의 포드사는 주 40시간 근무라는 파격적인 노동 시간 단축을 시행하였고, 1938년 관련 법 제정으로 미국에서는 주 5일제가 공식적으로 시행되었다. 8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는 과거와 너무나도 다른 근무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과중, 일과 여가 사이의 경계 모호성 등을 이유로 주 4일제 도입의 필요성이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주 4일제 시행 중

  주 5일 근무제도가 가장 먼저 정착된 서구권에서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은행, 투자 회사, 병원, 음식점 등 영국 내 73개 기업들과 3300여 명의 직원들은 임금 삭감 없는 조건으로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가한 41개 기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가 주 4일제가 잘 돌아간다고 응답했으며, 실험 종료 후에도 주 4일제 유지를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86%였다. 유명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주 4일제를 시행한 결과 직원들의 참여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고, 결근 비율과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밝혔다.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스웨덴,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도 주 4일제가 속속 시범 운영되고 있고 긍정적인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근본적인 우려는 넘어야 할 벽

  세계적으로 주 4일 근무를 갈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우려도 만만치 않다. “주 40시간 일해서 세상을 바꾼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일론 머스크와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을 일하려는 직원은 필요없다” 라는 마윈처럼 일부 기업가들과 기업들은 주 4일제 도입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주 5일제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일부에서는 노동 시간 감축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임금 삭감 없는’ 노동 시간 단축이 주 4일제 도입의 핵심 관건인데, 노동 시간이 줄어든 만큼 실질 임금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주당 근무 일수가 줄어든 만큼 내 급여도 감소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노동자 간 노동 시간의 격차로 인한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또한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든 기업체가 주 4일제를 시행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다. 특 히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영세한 기업 사이에서는 주 4일제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양극화가 취업자들을 대기업으로 쏠리게 만들어 중소기업·스타트업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 4일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가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강의 전문 기업 에듀윌은 2019년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 개선을 위해 직원 개개인이 원하는 요일을 정해 쉬는 방식으로 주 4일제를 시행했다. 에듀윌 자체 조사에 따르면 주 4일제 근무 환경에 만족하는 직원 비율이 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CJ ENM은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주 4.5일제를 시행했고, 배달의민족은 주 5일 모두 근무하되 총 32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보편화됨에 따라 완전한 주 4일제는 아니더라도 격주 주 4일제와 주 4.5일제 등의 근무 시간 단축이 여러 기업에서 시행되고 있다. 주 4일제는 정치권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는 주 4일제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재명 후보는 주 4일제가 공약 사항은 아니지만 ‘노동 시간 단축은 언젠가 미래에 가야 할 길’이라며 주 4.5일제 도입을 장기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는 주 4.5일제 도입을 피력했고 조정훈 후보는 주 4일 제를 도입하는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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