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생각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다. 시민들의 건강한 표정과 빠른 발걸림, 곳곳에 펼쳐진 풍성한 먹거리, 휘황찬란한 상가 건물들 그리고 불야성을 이루는 밤풍경과그물망처럼 펼쳐진 교통망,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풍요로운   작은 도시 국가는 그리스의 폴리스를 연상케했다. 아니 미래도시에 들어 기분이 들었다. 사회의 깊은 속내는 없으나미래 도시의 모델이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들어섰을 , 나를 압도한 것은 쓰레기다방치되다시피 버려진 쓰레기들을 도시는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도시 곳곳을 걸어다니다 보니, 어처구니 없게도 부유한 동네에는 말할 없이 저택들이 모여 있었다. 저택의 모든 철문을 꼭꼭 닫혀 있었고, 동네 입구마다 펜스가 있었다. 빈부 격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싶었다그래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쳐흘렀다.

 

족자카르타의 프렘바난 사원
족자카르타의 프렘바난 사원

 

  족자카르타는 역사와 전통의 도시다. 보로부두르나 프렘바난과 같은 거대한 힌두 사원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버금가는 유적지다. 아마도 인도에서부터 밀려든 힌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공존하며, 거대한 나라를 지탱하는 정신적 힘이 여기 있다.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정신이 깊이 뿌리내린 도시라 있다. 족자카르타 사람들이 자카르타 사람들보다 여유 있어 보였다.

   발리에 도착하니, 세계적인 휴양지답게 시끌벅적 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젊은이들이 거대한 파도에 몸을 싣고 써핑을 즐긴다. 거리 곳곳에 펼쳐진 식당에서 맥주잔을 기울인다. 온통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그게 발리의 진면목이 아닌 것을 알았다. 발리에 도착한 다음날 사원 구경을 하려고 호텔문을 나서려는데, 경비원이 막아선다. "오늘은 녜피 데이라서, 밖에 나갈 없다. 불을 켜서도 되고소리를 내서도 된다" 뜻밖의 얘기다.

 

네피 데이 전후 거리 곳곳에 신에게 바치는 꽃과 음식을 놓는다.
네피 데이 전후 거리 곳곳에 신에게 바치는 꽃과 음식을 놓는다.

 

  발리에서는 매년 3 말경에 힌두식 새해를 맞이한다. 녜삐 데이(Nyepi day)! ‘녜삐( Nyepi )’ 침묵과 고요를 뜻한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도 멈추고, 외부 출입이 통제되며, 공항도 폐쇄된다. 발리 사람들에게 녜삐 데이는 최고의 위디 와사(Sang Hyang Widi Wasa )’에게 기도하며 지내는 신성한 날이다. 침묵하며 보다 높은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날이기도 하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발리의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도네시아는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나라다. 싱가포르가 작은 거인이라면 인도네시아는 그냥 거인이다. 밤이 되자 호텔의 전등도 모두 꺼졌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집에 돌아가면 매년 하루는 나만의 녜피 데이를 보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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