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편안 가정한 '69시간 근무표' (출처: YTN뉴스)

노동시간 유연화를 위한 것이라는데, 노동자는 ‘갸우뚱’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 의 재검토를 지시했다.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의 재검토 방향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세밀하게 청취한 뒤 방향을 정할 것”이 라며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이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할 것을 강조하였다. 전문가들은 MZ세대 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 자 협의회’의 반대 의견이 이번 재검토 지시에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전히 많이 일하는 대한민국

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은 주 5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연장함으로써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행정연구원이 15일에 밝힌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시간 규제현황 비교’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이미 OECD 평균 노동시간보다 이미 199시간이 길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한국과 독일을 비교해보면 한국 노동자들은 연간 566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들로 인해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노동부의 개정안에 노동계는 일제히 반발했지만,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만큼 강행 의사를 확실하게 보였다.

강행 의사를 바꾼 두 글자, MZ

하지만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시간 개편방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하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의견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새로고침 노동 자 협의회’ 이른바 MZ 노조의 반대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MZ 노조로 유명한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는 기존의 노동조합에서 소외된 사무직과 기술직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목표로 형성되었다. 기존의 노동조합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구성원과 연령대 때문에 기존의 양대 노총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이 MZ 노조가 근로 시간 개편에 대하여 한목소리를 내자 이를 의식하여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개편,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근로시간 개편을 통한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충분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근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다. 왜냐하면 대기업에서는 충분한 인력을 통해 특정 인원이 부재할 때 다른 직원들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반면, 대다수가 근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직원들 각각의 역할의 비중이 크고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계약 형태 중 하나인 포괄임금제 또한 크게 지적받는다. 포괄임금제란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수당을 지급하는 게 아닌, 처음부터 연장근로 등 다양한 수당을 포함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제도이다. 직종에 따라 근무 시간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에 이러한 계약 형태를 인정함으로써 많은 회사가 이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 제를 통해 계약함으로써 ‘공짜 야근’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정당한 대가 없이, 단순히 야근의 연장을 정당화 시키는 하나의 탈출구로 전락해버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을 준비하는 세계의 흐름과 맞지 않는 정책이다. 이미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주4일제를 검토하는 등 근로시간 감소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한국만 홀로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명목을 바탕으로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이수인 수습기자 sooin1403@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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