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편집국장
박주원 편집국장

 

부산에서 서울까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보통은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 KTX, 또는 승용차를 이용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서울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수천 가지가 넘는다는 것을 아는가. 예를 들어 걸어서 갈 수도 있고, 말을 타서 갈 수도 있으며(조선시대에는 가장 좋은 교통수단이었다.) 히치하이킹을 해볼 수도 있고,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일본을 한번 거쳐서 서울에 도착해볼 수도 있겠다. 이렇듯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보편적으로는 KTX나 버스를 이용하겠지만, 만약에 일본에서 급한 용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을 들렀다가 가야만 할 것이다. 또한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도착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역시 그렇게 해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과정만 다를 뿐 목적지까지 결국 도착하게 된다. 그 과정 중에 얻는 것도 모두 다르다. 일본을 잠깐 들르면 급한 용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걸어서 가거나 히치하이킹을 해보면 자존감이 올라가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방법이 무궁무진했던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SNS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 MZ 세대들은 SNS 속 인플루언서를 너무나 동경하고 따라 하려 한다. 그들과 우리는 취향과 성격, 외모, 주변 환경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도, MZ 세대들은 그들의 화려한 모습에 취해 그들과 똑같아지려고 한다. 이는 끝없는 레일을 달리는 마라톤과 다를 바가 없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SNS에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올 건데, 모든 것을 완벽히 따라 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들과 똑같아지고 싶다는 생각은 상대적 박탈감만 계속해서 느끼게 할 뿐이다.

 

SNS의 문제점

물론 SNS는 일기장처럼 기록을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순기능만 있다고 볼 순 없다. SNS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생각을 하나로 고착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NS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수 TOP3’, ‘남자들이 여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3가지등의 게시물이 올라오면 사람들은 좋아요의 수만 보고 그 게시물에 동조하게 된다. 심지어 본인의 생각과 달라도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게 된다. 이것은 인간이 집단의 성향을 따라가려 하는 사회심리학적인 현상인데,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을 통해 이는 입증되었다. 그 실험을 잠깐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혼자라면 99% 정답을 맞혔던 아주 간단한 문제도 집단 상황으로 조건을 바꾸었더니, 실험 대상자 중 약 63%만이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고 한다. 일부러 실험대상자 주변에서 다수가 오답을 고르자 그들의 생각에 동조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본인의 생각보다 집단의 생각을 따라가려는 습성이 있으며, 더 심각한 것은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믿어버린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SNS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닮아가게 되고, 본인의 색깔은 점점 옅어지게 된다.

 

인간은 자율적인 존재

정언 법칙을 만들었던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자연법칙의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 인간은 사과처럼 항상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물리 법칙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칸트의 말처럼 우리는 자연법칙 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행운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SNS 속 세계에 스스로 종속되려고 한다. 만약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사과처럼 살아보고 싶은 것이라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단의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관리했던 전 축구 감독 퍼거슨의 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퍼거슨도 예전에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선수들에게 강하게 이야기했다. 그의 말마따나 SNS에 중독되면 나만의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게 된다. 끊임없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것이고, 남들을 따라 하는데 인생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SNS 속에서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자. 어차피 인생에 정답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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