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기자
이수연 기자

 

 나는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발아부터 개화까지의 과정을 거치며 키우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이렇게 식물을 좋아하고 키우게 된 이유는 굉장히 단순했다. 20살, 재수생활 도중 조지훈 시인의 「파초우」 라는 시를 공부하였다. “성긴 빗방울 파초 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라는 구절을 보고 파초에 닿는 빗방울 소리가 얼마나 기분 좋은 소리일지 문득 궁금해져 직접 파초를 구매했다. 비가 내리 는 어느 날 파초우의 구절처럼 파초의 잎이 빗방울과 만나면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을 들은 이후 식물을 내 손으로 처음부터 직접 키워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식물을 좋아하게 된 첫 발걸음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많은 식물을 키워보면서 식물의 성장 과정은 마치 사람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칼럼은 내가 식물을 키우면서 깨달은 삶의 모습들을 식물의 성장과정과 연결하여 써보려 한다.

 

씨앗과 토양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양과 씨앗의 종류가 중요하다. 토양의 종류가 내가 키우고자 하는 식물과 잘 들어맞아야 비로소 새싹이 흙을 뚫고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씨앗과 토양이 사람의 삶에 비유하자면 마치 꿈과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토양은 선천적인 특징 즉, 바탕이라고 볼 수 있고 씨앗은 꿈이라고 볼 수 있다. 씨앗을 심을 때 내가 어떤 성질과 특징을 가졌는지 파악하지 못 한다면 씨앗은 발아하지 못 하거나 발아를 하더라도 개화까지 도달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나 자신의 토양이 어떤 토양인지 먼저 확실히 알아야 한다.

 

발아

흙 속 씨앗에게 물을 주고 햇빛을 쐬게 한다면 그 이후로 새싹 은 흙을 뚫고 나와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발아 과정으로 새 싹이 본격적으로 생장을 게시하게 되는 시기이다. 난 씨앗에서 부터 꽃을 피울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경험했지만 발아 이후의 과정은 성장속도가 빠른 대신 다른 과정에 비해 훨씬 더 관리하 기가 어렵다. 흙을 뚫고 나온 새싹은 온도, 습도, 양분 등 여러 환 경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갓 발아한 새싹은 흙에 뿌리 를 내리게 되는데 이때 새싹의 뿌리는 아주 얇아 금방 죽어버릴 수 있기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사람의 삶에 비유하자면 뿌리는 지식과 경험이다. 이때 지식과 경험이 제대로 쌓이지 않으면 뿌리는 얇아져 개화까지 갈 수 없다. 그렇기에 확실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또한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기이기에 이를 극복하고 굴복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줄기와 잎사귀

 먼저 이 단계를 설명하기 전 나의 경험을 간략히 이야기 해 보려 한다. 나는 원래 미대입시를 준비하였지만 고3 9월에 미대 진학을 포기하였다. 처음 입시미술을 시작했을 때는 드라마틱 하게 실력이 상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특정 수준 이후 부터는 실력이 정체되거나 아주 미미하게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입시미술의 과정이 너무나 혹독하여 무력감과 회의감이 들게 되었고 결국 미술을 포기하게 되었다. 줄기와 잎사귀 단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 단계는 관리하는 것은 쉽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개화까지의 과정이 계속해서 늦춰지게 된다. 즉, 이 단계는 인내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조건이 모두 부합해야 봉우리가 등장하기에 꽃을 피울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환경과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이 단계에서는 식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게 사람도 양분을 꾸준히 주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자신의 노력이 바로 눈에 띌만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개화

 모든 단계를 거치게 되면 드디어 꽃 봉우리가 나오게 된다. 마치 아침에 기지개를 펴듯 꽃 봉우리가 천천히 문을 여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때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면서도 뭉클하다. 물론 내가 원하거나 바랐던 색깔이 아니어도 꽃을 피웠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격스럽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원하는 꿈과 모습은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 내가 미술을 포기하고 현재 경영학도의 길로 들어선 것과 같다. 내가 이전에 꿈꿔왔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내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개화할 때의 그 기쁨처럼 그 무엇보다 기쁘고 감격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성장이 잠깐 멈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걸어간다면 언젠가 분명 줄기에 봉우리가 맺히고 또 꽃을 피울 거라 확신한다.

 

이수연 기자 whitestarlee@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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