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관산업협회에서 지원하는 한국영화 (출처: 중앙일보)

  한국 영화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과 경제 불황 때문에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다수의 OTT들이 치킨 게임(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태, 특히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방과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승리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출시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영화 산업이 위기에 빠진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 회복 이후 최대 수혜자 예측, ‘현실은 싸늘’

  영화 산업은 코로나 회복 이후 여행, 놀이동산 등과 함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화 산업의 대표 주자인 디즈니의 주가는 코로나 시작 이후 2020년에 최저점을 찍었었다. 하지만 2021년에 경제 부양 정책을 통해 반등 하는 줄 알았으나, 이후 주가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 영화관 산업의 대표 주자인 CGV의 주가도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저조했던 주가가 코로나 이후 자본이 문화 산업으로 몰림으로 인해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져 코로나 이전의 주가로 다시 복귀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영화 산업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코로나 회복 이후 수혜자로 예측되었던 다른 산업들은 이른바 보복소비의 수혜를 받아 많은 투자와 자본을 바탕으로 크게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지만, 영화 산업만이 수혜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코로나 이전 시대보다 재정상황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경영전략, 다른 결과

  한국 영화 산업에서 가격 상승 전략은 불패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결과가 달랐다. 과거에는 영화관들이 매출을 상승시키기 위해 영화표의 가격을 상승시켜 매출을 상승시키는 전략을 구상했다. 이는 곧바로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관객 수는 2.1억 명으로 계속 정체됐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가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 정부의 방역 정책 때문에 영화관의 관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였고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회복 이후 관객 수가 다시 증가하고 소비 수준도 이에 따라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한국영화 결산,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시기에는 관객 수가 5,000만 명 수준까지 떨어진 이후로, 현재까지도 코로나 이전 시기의 50% 수준까지 밖에 회복하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2019년 대비 2022년 극장 매출액은 40%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영화관들은 운영비 손실에 대한 자구책으로 관람료 상승을 주장하고 강행하였으며, 투자 및 배급사들도 영화 제작비가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가격이 많이 상승하였다는 이유로 가격 인상을 주장 및 강행함으로써 다시 한 번 영화 가격 15,000원 수준까지 상승시키는 결정을 감행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 영화관산업협회는 질 좋은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지기 위한 시장 논리로 가격 판단을 부탁한다고 덧붙여 말하였다.

  ‘가격 인상을 위한 핑계’ vs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 무엇이 진실인가?

  한국 영화관 산업협회에서 “질 좋은 블록 버스터가 만들어지기 위한 시장 논리로 판단을 부탁한다.” 는 주장은 과연 타당성이 있을까? <2018~2022년 국가별 영화 관람요금 인상률, Omdia Cinema Admissions & Box office 4Q22, 로컬화폐 기준(Average Ticket Price(Local)) 인상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영화 관람 요금 인상률은 28.7%로 중국(22.4%), 미국 (17.5%), 독일(8.6%), 일본(8.0%), 프랑스 (4.0%)를 모두 제쳤다.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고려해보았을 때 다른 나라들도 운영비 손실을 떠안고, 코로나 때문에 투자 및 배급사들의 영화 제작비가 상승하였기 때문에 질 좋은 블록버스터를 위한 시장 논리로 판단을 부탁한다는 주장은 관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수치는 한국 영화 산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현재 2023년 대한민국의 성장률 전망은 1.6% 로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앞으로의 소비력이 향상할 확률 또한 크게 떨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관람료 상승을 했을 때, 기존과 다르게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가격 상승은 수요량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가격 상승 전략의 종식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어려운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

  넘쳐나는 콘텐츠, 이제 소비자는 ‘을’이 아 니다.

  이제 더는 소비자는 을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치킨 게임에 끼어들기 위해 값싼 가격에 OTT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자체 콘텐츠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OTT들이 제공하는 콘텐츠 수는 기존에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며 빠르게 관심과 흥미가 변해가는 시대에 맞추어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영화는 시공간적 제약이 많았지만, 현재 OTT들은 시공간적 제약을 이겨내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영화관 산업이 갑이었던 시대의 끝을 의미하며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앞으로 영화 산업의 앞길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대한민국은 고성장 국가였을 뿐만 아니라 출산율 또한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잠재적 수요자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 은 이제 더 이상 고성장 국가도 아닐뿐더러 출산율 저하 때문에 잠재적 수요자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난항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영화 산업에 관련된 관계자들과 스태프, 감독과 예술가 등이 일자리를 잃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OTT들의 콘텐츠들이 영화 산업마저 잠식하여 콘텐츠의 획일화 또는 단일화를 유발하고 기존의 영화들만 제공할 수 있었던 다양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과거에 영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영화에 관한 관심이 떨어졌을 때도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장소와 가족들을 위한 장소로 홍보하며 재기에 성공했듯이,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새로운 포지션을 구성하는 획기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수인 수습기자 sooin1403@kau.kr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