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가속화시키면서 전 세계의 ‘탈(脫)달러’ 현상이 가속
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체계에 의문을 제기한 중국은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 정책으로 삼았다. 최근 미중 갈등이 다시금 재점화되
고,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달러의 강세에 반발하는 여러 국가들이 가세하며 위안화 국제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중 갈등 재점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18년 7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5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을 관세로 압박 하였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에 대하여 강력한 무역 보복을 선언하며 미국 수입품에 역으로 관세를 매겼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되었던 미중 무역 분쟁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 침체로 인해 일시적으로 멈추었지만,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함에 따라 미국은 다시 한번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첨단 기술 패권과 전기차 등 제조업 공급망을 둘러싸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역시 희토류 자석에 대한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하며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두 국가는 양안 문제에서도 정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8일, 한미 정상 회담에서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직후 중국은 타이완 주변에서 무력시위의 규모를 키웠다. 미국 역시 군용기를 띄우며 신경전을 벌이는 등, 경제적 측면이 아닌 군사적 측면에서의 갈등을 키워나가며 양국의 긴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점화되는 미중 분쟁(출처: 헤럴드경제)
재점화되는 미중 분쟁(출처: 헤럴드경제)

 

위안화 강세의 시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위안화의 국제적 입지는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규모 제재로 인해 고립된 러시아는 달러와 유로 대신 위안화를 선택하였고, 전쟁 이전 러시아 수출대금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6%에 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중러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와의 결제에서도 위안화 사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이에 호응하여 중국은 중동의 산유국들과 협력하며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은행에 첫 위안화 대출을 승인하였고, 아랍 에미리트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대금을 처음 위안화로 결제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또한 중국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인수를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만약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대로 사우디와 중국 간 석유 거래마저 위안화로 결제된다면 1975년 이후 원유 결제는 달러로만 한다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깨트리고 미국의 달러 입지에 매우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게 되는 등 중국은 위안화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남미에서도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상하이 신개발은행에서 달러가 세계 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발언하며 양국의 탈(脫)달러화 밀착을 약속하였다. 브라질과 중국은양국 간 교역 및 금융 거래에서 서로의 통화인 위안화와 헤알화를 이용하고 달러 결제망 대신 중국이 만든 금융 결제망을 쓰기로 했다. 브라질의 이웃 국가인 아르헨티나 또한 달러의 고갈로 인한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위안화를 끌어들였고, 중국 역시 그 틈을 파고들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앞으로 매달 7억 9000만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수입 결제 대금을 위안화로 할 것을 밝혔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다시금 거세지고 있고, 중국은 이러한 압박을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하여 타개하려고 하고 있다. 비록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이 과장되었다는 시각 또한 존재하지만, 미국 역시 전 세계에 구축한 달러 패권이 도전받고 있는 등 미중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강현 기자 linksys684@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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