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19세의 노동자가 숨져 ‘구의역 참사’로 불린 사고가 지난 28일 7주기를 맞이하였다. 역사 안에서 공공운수노조 등은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합니다. 구의역 참사 7년 우리는 안전합니까?’라 적힌 슬로건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6년 5월 28일

  그 날 김모군은 왜 19세의 어린 나이로 사망했어야 했나. 본래 작업 원칙은 2인 1조로 한 명은 열차의 진입 여부를 감시하고, 한 명은 신고가 들어온 작업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참사 당시 김군은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1시간 이내 도착’이라는 수칙을 무리하게 지키려다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1시간 이내 도착 수칙은 서울메트로가 협력업체인 은성 PSD와 계약 당시 내건 조건 중 하나였다. 2016년 5월 28일 오후 4시 58분 서울 메트로에 구의역 스크린도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에 서울메트로는 은성 PSD에 1시간 내 도착해 수리를 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 2명이 5시 58분까지 도착해야 했다. 김군은 5시 20분경 을지로 4가역에서도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가 들어와 6시 20분까지 도착을 해야 했는데 2인 1조를 지키기 위해 다른 노동자를 기다리면 다음 고장 수리 업무까지 지체가 되기 때문에, 혼자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홀로 구의역에 간 김군은 제한 시간 6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울뿐인 안전수칙

  근본적인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을 때 왜 노동자는 2인 1조 수칙을 지키기도 빠듯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었을까. 당시 약 50개에 달하는 역을 겨우 평일 6명, 공휴일 5명의 근로자가 모두 관할하고 있었다. 적은 인원만으로 모든 역의 업무를 수행해야 했던 것은 정부의 경영 효율화 요구 때문이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특별시 산하 공기업에 대해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에 서울메트로 노사 간에 대립이 심화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외주화 방안을 도출해 내어 구조조정 목적으로 설립된 용역업체중 하나가 은성PSD였던 것이다. 은성PSD에 책정한 인건비는 기존 업체와의 계약금보다 4배가량 높았지만, 대부분의 인건비는 임직원에 돌아갔고 실제로 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말단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근무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모자라 적절한 인원 배치를 할 수 없어 2인 1조 수칙은 지켜질 수 없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안전한가?

  참사가 발생하고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공공운수노조는 22일 오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2층 개찰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이 구의역이다. 일하다 죽은 자들의 넋과 함께 분노와 억울함을 모아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리 환경이 열악해도 안전대책을 마련할 비용보다 벌금이 싸게 먹히고, 노동자의 목숨보다 솜방망이 처벌이 가벼운 한 김군과 같은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주 하청 업체 노동자의 죽음의 책임을 원청에게 지울 수 없는 한 구의역과 같은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면 사장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노동자가 사망하면 그 기업은 망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사고를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현 구조의 문제를 바꿀 수 있다. 더는 김군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비단 철도 관련 노동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적용되는 명제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정부 차원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대책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노동자들도 안전한 근무환경 아래 노동을 제공하고, 마침내 시민들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권수민기자 s00m1n@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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