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현 기자
박창현 기자

 

  최근 너무 힘들었습니다. 마음대로 풀리는 일은 없고 버킷 리스트 옆 체크박스는 빈칸인 채로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모든 게 촉박하게 느껴졌고. ‘이러다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가득 찼습니다. 진로를 정하고 대학에 진학했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 무서웠습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었으니까. 고등학교 3년 동안 내 진로 칸은 5번 바뀌었고 5번 모두 명확한 대책 없이 칸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항공대 경영학부에 들어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넓은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을 만났고 주변 사람들의 진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 우울해져 좌절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어느 순간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에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잡은 교수님과의 상담에서 기업 내 복지사라는 직무를 알게 되어 목표로 정했습니다. 이후 관련 분야에 대해 조사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순간, 이 망할 놈의 변덕이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흥미를 잃어 버린 것입니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 거예요.

  우울함에 가득 차 산송장이 되어갈 때쯤, 문득 객기를 부렸습니다. ‘난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뒤처지는 게 대수냐 그냥 울어야겠다.’하고 냅다 울어버렸어요. 울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으려 노력했고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해보다가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블로그를 만들어 내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쓰고 게시했습니다. 처음으로 무언가에 깊은 재미를 느끼고 ‘글이나 써볼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 버킷 리스트에 ‘책 출판하기’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지금까지 채워진 적 없는 체크박스가 처음으로 가득 찰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명확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단순히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킷리스트를 쭉 채웠습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한 고민에 방황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괜찮다는 거예요. 나이 50에도 바뀌는 게 진로인데, 고작 이십 대를 지나는 우리가 벌써 진로를 정해버리고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아요? 우린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못해본 것도 많은데 말이에요. 빠르게 달리는 경주마에게도 휴식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멈춰있는 이 시간을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달리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 열심히 달려서 대학까지 왔잖아요.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요.

  그럼에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사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이 위로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세상 모두가 좋다는 명문을 들이밀어도 말이죠. 직접 겪어 본 저는 그랬습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여러분들도 저처럼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직접 겪어서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으면 잠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걸 권해봅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찾으세요. 눈앞에 놓인 아득한 벽을 뒤로 하고,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여러분들은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우울함을 끝내며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일전의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 수십 번씩 막연한 불안감이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내가 끝내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으니까, 내가 시작한 일이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란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냥 하는 겁니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불안감을 또 이겨냈습니다. 그냥 하세요. 그게 아니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냥 해버리는 겁니다.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지금 이 마음이 닿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잘하고 있어요.

 

박창현 기자 chpark0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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