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이어리 첫 장에 항상 나에게 전할 짧은 편지를 쓴다. 이번 연도 다이어리에는 “처음이기에 낼 수 있는 용기를 마음껏 펼치길 바라.”라는 문구가 마지막 줄에 써져 있다.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이번 연도부터 처음이기에 낼 수 있는 용기는 죄다 내고 있는 것 같다. 새내기 멘토부터 시작해 마케팅 학회 부회장, 에어버스 공모전, 다사 다난한 팀플 등 사실 뭘 많이 한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새내기 때의 나는 이럴 줄 알았을까..?

 

 이제 신문사 편집국장의 자리를 맡게 되었다. 사실 굉장히 어깨가 무겁다. 한 번도 막중한 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기도 하고 기존에 내가 리더였던(팀플이나 멘토라던가) 위치와는 완전히 의미가 다른 위치이기에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선임기자 분들이 보면 그저 웃을 것 같지만 나에겐 굉장히 심각한 일이긴 하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무엇보다도 글 실력이 다. 편집국장 하면 글을 굉장히 잘 써야 할 것 같고 또 그동안 모든 편집국장들이 글을 정말 멋있게 썼기에 나는 그러지 못 할까봐 걱정이 된다. 어렸을 때는 책으로 뜀틀을 만들어 놀 정도로 책과 글을 싫어하기도 했다. 이랬던 사람이 신문사 편집국장이 된다니 약간 황당하기도 하고 믿기지가 않는다. 이렇게 글에 약했던 내가 글을 쓰고 이제는 다른 후배들의 글을 수정하게 됐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어두운 생각만 한다면 누군가를 이끌 수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계속 ‘처음이니깐, 능력이 부족해도 대책이 없어도 용기만큼은 내보자’라는 마음을 되새기고 있다. ‘처음이기에 낼 수 있는 용기’ 이 문구를 탄생시켜준 분은 바로 작년 내 멘토였다. 그 선배는 “새내기이니깐 뭘 해도 뭐라 하지 않는다!”라는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그 말이 가장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 이후로 2학년 새내기 멘토가 되고 나서 ‘새내기 입문 사전’을 적어야 했었는데 그 글에도 ‘처음 이여서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자!’라는 말을 적어 놓았다. 적는 것 말고도 돌이켜보면 그 선배의 말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덕분에 쉽게 도전해 볼 수 없는 것도 ‘처음이니깐! 상관없어!’ 라는 마음으로 해낼 수 있었으니.

 

 한창 내가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처음이기에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 모든 일에 성공과 실패만을 따져 보았고 일단 도전해 보자는 마음가짐이 없었다. 원래 입시 생활이 성공과 실패로 판단되는 거지만 과정만큼은 도전에 대한 용기가 있어야 했는데 난 모든 과정을 흑백논리로만 판단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학에서는 성공, 실패를 생각하지 않 고 일단 먼저 도전부터 시작하려는 용기를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처음이기에 더더욱 시작하기 두려워 용기가 쉽게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처음 시작하는 일이기에 뭐든 도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그 일을 두려움 없이 자신감 있게 시작할 수 있다. 또한,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듯이 모든 것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무엇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나는 그렇기에 앞으로 나에게 처음이어서 시작하기 두려워지는 상황이 온다면 처음이기에 괜찮다고, 일단 해보고 판단하자고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막중한 자리에 오른 만큼 두려움도 그만큼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기보다는 일단 해보는 용기로 이 자리를 채운다면 글 솜씨가 좋지 못 해도 리더십이 없어도 편집국장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수연 편집국장

whitestarlee@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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