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같았다”...비극적인 하와이 상황
“종말 같았다”...비극적인 하와이 상황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하와이 산불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불린다. 지난 8,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시작된 산불이 해변까지 덮쳤고, 라하이나 마을이 큰 피해를 보았다. 17(현지 시각) 현재, 하와이 산불로 인해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1000명이 넘게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수색 작업이 아직 30% 정도만 진행된 상황이라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와이 산불의 원인

지난 8일 하와이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 지목됐다. 이번 산불이 자연재해가 아닌 사람에 의한 '인재'라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하와이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불에 타기 쉬운 수풀 지대', '화재에 대비하지 않은 미비한 건축 규정', '댐 폐쇄로 인한 물 공급 부족'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찰스 플레처 하와이대 해양지구과학기술대 임시 학장은 "1800년대 유럽인들이 하와이 숲의 대부분을 벌채해 중국으로 목재를 수출했다""이후 '발가벗겨진 숲'엔 주로 사탕수수와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농장들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20세기 들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외국 농작물을 수입하게 되면서 이 농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빈 농작지엔 기니아그라스·수크렁 등 불에 타기 쉬운 수풀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 자료에 따르면 이 수풀은 하와이 표면의 거의 4분의 1을 덮고 있었으며, 이 수풀 지대 때문에 이번 산불이 급격히 퍼지게 되었다.

거기에 미비한 건축법까지 더해져 사태가 악화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주 등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미국 서부 21개 주는 주택 등의 건물 건축 시 불연재료, 준불연재료 등의 재료를 사용하도록 정한 표준법을 채택했다. 불연재는 콘크리트, 벽돌, 철강처럼 쉽게 불이 붙거나 불에 타지 않는 재료를 말한다. 그러나 조지 그린 하와이 주지사가 지난달 '주택난'을 이유로 해당 건축 표준법 채택을 중단하며, 화재에 취약한 주택들이 무분별하게 설립되는 것을 방치했다.

20세기 말 사탕수수 산업에 관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댐들이 20세기 말 이후 하나둘씩 문을 닫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와이 주 정부는 폭우가 발생할 때 댐이 터지면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댐 건설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댐 소유주들은 새 기준에 맞춰 새로 건설하기보단 댐 자체를 폐쇄하는 방향을 택했다. 하와이주 정부에 따르면 2006년 이후 댐 21개가 폐쇄됐다. 조나단 쇼이어 하와이 물 정책 전문가는 "강우량이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화재를 막는 데 쓰일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와이 산불 대응

클라우디아 랩코치 하와이 주 정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하와이는 산불보다 허리케인이나 쓰나미의 위협을 더 받았다""산불 위험에 대한 인식 고취 등의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는 하와이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를 돕기 위해 연방 차원의 지원을 이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교민들 역시 상가·주택 10채가 불타는 등 피해가 있었으며, 우리나라 정부는 하와이주에 200만 달러(27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대규모 산불 피해를 본 하와이주 마우이섬에 30만달러를 기부하며 힘을 보탰다.

 

미숙한 구호 조치

하지만 주 정부의 미숙한 재난 대비는 물론 느린 구호 조치에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언론에 따르면 화마가 휩쓸고 간 라하이나 등 마우이섬 서부 일대엔 여전히 수백 명의 주민이 남아 서로에게 의지하며 불편함을 견뎌내고 있다. 집이 온전하더라도 전력과 인터넷 통신 차단으로 수일간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주민들은 발전기와 차량에 필요한 휘발유, 식수, 식료품 등을 긴급히 필요로 하는 상태다. 그러나 이런 재난 상황에서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정부 기관이 아닌 다른 마우이 지역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라고 NYT는 전했다. 주민들은 라하이나 북쪽 나필리 공원에 설치된 임시 배급소에서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통조림과 생수, 기저귀, 기타 생필품 등이 담긴 긴급 구호 물품 등을 받아 갔다. 구호품 수송에 참여한 마우이 중부 키헤이 주민인 폴 로메로 씨는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우리 '오하나'(하와이 원주민어로 '가족')를 지원하기 위해 발로 뛰며 개인 재산을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반면 세금을 받는 정부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며 "그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