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출처:CJ CGV)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출처:CJ CGV)

 극장에서 마냥 신나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가 있는 한편, 코미디이긴 하지만 어딘가 불편함과 동시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블랙 코미디이다. 웃기지만 마냥 속 편하게 웃을 수 없는,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여러 생각에 도달하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하여 무성 영화 시절부터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온 장르로 꼽힌다.

블랙 코미디란?
 블랙 코미디란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장르다. 냉소적이고 음울해 보이지만 서늘한유머 감각을 뿜어내며 분위기를 이끈다. 시대에 대한 비판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쾌활하기보다는 씁쓸한 ‘웃기면서도 슬픈’ 감정을 끌어낸다. 극에서 현정치 실태, 대두되는 사회 문제 등과 같이 민감한 주제들을 과감하게 꺼내 비판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하여 전하고자 하는 내용과 극의 분위기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블랙 코미디 #1 ··· ‘콘크리트 유토피아’
 8월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감독 특유의 색깔로 연출된 ‘블랙 코미디’이다.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이후,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황궁 아파트만이 홀로 우뚝 서 있는 기괴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인간의 양면성이 점차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풍자와 은유로 유려하게 그려낸 것이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병헌은 영화와 관련해 “장르를 따지자면 재난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끔찍했던 재난 이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고 소통하며 상황을 이겨내려고 애쓰는지 다루는 영화이기에 휴먼 혹은 블랙 코미디 장르라고도 생각한다. 이것이 이 영화가 가진 차별점이다.”라고 전했다.
 엄태화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아파트로결정한 후 한국 사회의 아파트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던 중 동양대학교 박해천 교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의 책
을 접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책을 통해 아파트가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전반을 고찰해 볼 수 있었으며 영화로 하여금 한국 사회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결심을 하게 되었다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블랙 코미디 #2 ··· ‘비공식 작전’
 8월 2일 개봉한 ‘비공식 작전’은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 ‘블랙 코미디’로 1986년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의 도재승 2등 서기관이 괴한에게 납치당한 뒤, 1년 9개월 만인 1987년 10월 돌아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김성훈 감독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만큼, 납치된 상황, 총탄의 위치 등 고증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하여 진실에 가깝게 연출하려 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외교관 피랍 사건이 일어났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안기부가 지녔던 권력의 정도와 외무부와의 대치 장면을 풍자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보여준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주지훈은 “블랙 코미디에서는 웃고, 통쾌한 장면은 내면으로 박수도 치며 공연 관람하듯 보시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다.”라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블랙 코미디 #3 ··· ‘성난 사람들(비프)’
 4월 6일 넷플릭스에 개봉한 ‘성난 사람들’은 이성진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로 내년 초 열리는 제75회 에미상 시상식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미국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난 사람들’은 미국 아시아계 이민 2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한국의 유교적 가치 충돌로 인종 갈등을 겪는 이민 2세대의 ‘내면 분노’를 그렸다. 특히, 임계점 직전의 분노를 끌어안고 사는 현대인의 어두운 내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성이 극의 몰입을 더했다는 평이다. 블랙 코미디와 일반 코미디 사이의 차이는 사람들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민감한 주제들을 시원하게 터트리는데 있다.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그만큼 통쾌하고 현실을 직면하도록 이끌기에 영화계에서 ‘블랙 코미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태연 기자 smiletaeyeon@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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