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인 정기자
이수인 정기자

  ‘당신은 세상이 공평할 것이라 믿는가, 아니면 적어도 공평하기를 바라는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시험을 받게 된다. 누군가는 시험에서 자신 혹은 사회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도, 누군가는 실패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험에서 실패한 사람 대다수는 자신의 노력을 탓한다. “아,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만약 당신이 어떠한 노력을 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면 당신은 이러한 후회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이번 칼럼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그대는 죽은 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당신은 내가 노력한다면 올림픽에서 육상 금메달, 아니 적어도 시상대 위에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가?’ 믿어줬다면 고맙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올라가지도 못할 것이다. 이는 나의 잘못도, 나의 환경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나는 태어날 때부터 육상이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가 없는 신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고,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한계에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살아갈 때 이렇게 쉽게 보이는 사실들을 보지 못한다. 반면, 정반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바라보곤 한다. 사실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분야에서 성공할 운명 혹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힘든 상황 혹은 단점으로 포장한, 가히 위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그러고는 자신을 탓하기 시작한다. “내가 실패한건 내 잘못이야” 그대는 죽은 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대와 같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가 죽은 사람들 말이다. 분명 목표를 이루고 살아있는 사람들보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죽어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왜 그대는 더 많은 사람의 비명을 듣지 못하고, 파수꾼의 잘못된 외침에만 귀를 기울이는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노력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노력을 해도 분명히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노력만으로 자신이 모든 것을 이룬 것 같이 말하는 위선자들의 말에 휘둘려 자기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하냐는 것이다. 당신은 자기 자신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정의를 위한 부정의

  정의를 위한 부정의라, 가히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내가 ‘당신은 세상이 공평할 것이라 믿는가, 아니면 적어도 공평하기를 바라는가?’이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요’라고 대답했던 근거이다. 지금 당장 뉴스만 틀어도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근거는 차고 넘치니 세상이 공평하지 않고 앞으로도 공평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라는 작자는 왜 세상이 공평하지 않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평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의미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사람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특정 분야에서 성공할 운명 혹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그럼 태어날 때부터 성공할 운명 혹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만이 특정 분야를 독점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인가? 나는 이에 대한 대답 또한 ‘아니요’라고 생각한다. 성공할 운명 혹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특정 분야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하며, 만 에 하나 향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불공평함이라는 부정의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세상이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만 대한다면 모두가 자신의 운명 혹은 천부적인 재능에 수긍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사회적 정의를 이룩하기 위해서 불공평함이라는 부정의를 실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도 세상이 계속 불공평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수동적이고, 노력하지 않는 루저의 마인드라며 폄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되묻고 싶다.                                    “당신의 성공이 오롯이 당신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수인 기자 sooin1403@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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