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부터 상상한 것을 그려내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항상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통에 물을 떠 놓고 붓을 들며 큼지막한 스케치북에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구잡이로 그려냈다. 그렇게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고등학생 때 입시 미술을 시작했다. 워낙 입시 미술이 혹독하기로 유명해서 힘들기도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주어진 키워드를 가지고 내가 상상해서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만큼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미대 입시를 깔끔히 포기했다. 이후 미술이 아닌 다른 길을 계속해서 찾아보다가 가장 나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을 만한 곳이 바로 ‘경영학과’였다. 내 꿈은 IKEA와 같이 한국의 전통적인 가구를 대중화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수험생일 때 나의 꿈은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았고 막연했기에 어찌저찌 꿰맞춰 학과를 선택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경영학과에 들어온 후 길을 찾던 중 마케팅과 기획이 가장 내 눈에 들어왔었고 그 분야를 깊게 파다보니 ‘브랜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책 한 권을 샀다.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이라는 책으로 쉽게 잊히지 않는 브랜드로 남으려면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대략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을 하나 얘기를 해보겠다. 바로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에 대한 이야기이다. 티파니의 제품은 주로 금이 아닌 은이지만 매장 내 작은 목걸이 하나의 가격이 대략 250만 원 정도이다. 본 책에서 저자의 친구는 “이거 은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매장 직 원은 “티파니입니다.”라고 얘기한다. 이 직원의 대답이 나에게는 꽤 큰 충격을 주었다. 단지 ‘티파니’라는 브랜드 이름 하나로 나도 모르게 모든 게 이해된 것이 놀라웠다. 티파니도 제품의 기능에 상징적 의미를 더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삶이란 이름이라는 브랜드 컨셉 관리의 과정이기에 이름이라는 브랜드를 잘 관리해야 한다. 내 이름을 그저 전공책에 쓰는 용도가 아닌 세상에 제대로 남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피카소의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나는 그저 화가가 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피카소가 되고 말았네요.” 이 말인즉슨 ‘피카소다움으로 만들었네요.’인 것이다. 이처럼 이름에 의미를 심어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브랜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의 저자는 브랜딩의 과정이란 ‘컨셉 잡기’와 ‘체험시키기’ 이 두 가지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얘기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교수 같지 않은 교수’를 자신의 컨셉으로 잡고 학생들과 상담할 때도 이러한 자신의 컨셉을 직접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컨셉 잡기’는 브랜드에 의미를 심는 과정이고 ‘체험시키기’는 브랜드 컨셉을 사람들이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재미를 더하는 과정이다.

 

잡초가 아닌 이름 있는 화초의 삶을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의 저자는 ‘브랜드’를 화초와 잡초에 비유해 이렇게 설명한다. “화초와 잡초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잡초는 학술적으로 구분은 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진 고유의 이름이 없어. 이름이 지어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화초가 되거나 잡초가 되는 거야.”라고 말이다. 화초와 같은 삶을 사려면 나라는 사람의 컨셉을 잡아야 한다.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되었던 나의 긴 여정이나 한국의 전통을 좋아하는 사람, 항상 웃으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 새싹에서부터 꽃을 피우기까지의 그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 이끌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신호등을 잘 지키는 사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천천히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나라는 사람을 브랜드화하면 어떠한 사람일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아직은 나라는 브랜드를 쉽게 정의할 수 없지만 이름 있는 화초의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컨셉을 잡을지 또 이 컨셉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고 생각해 나가야 하는 것이 세상에 이름을 남길 방법 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없는 잡초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이수연 편집국장 whitestarlee@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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