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 오펜하이머가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 수를 돌파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9월 18일 기준 311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였다. 300만 명을 넘긴 건 개봉 28일 만이다.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300명 관객 수를 돌파한 영화는 오펜하이머를 포함해 단 9편뿐이다.

 

또 한번 관중을 매료시킨 크리스 토퍼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동안 ‘미행’, ‘메멘토’, ‘인썸니아’,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다크 나이트’, ‘인셉션’, ‘다크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을 연출한 바 있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전 세계에서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제일 흥행한 영화 중 하나이다. 이렇듯 감독의 작품들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고,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시네필이나 평론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놀란 감독은 현실주의에 기초한 연출 방식을 선호하는 걸로 유명하다. 연출 시 사실감을 더하려는 노 력이 보이는데 특히 CG 사용을 최 대한 지양하려고 하는 감독이다. 역 대 작품 속에서도 CG라고 생각될 수 있는 여러 장면에서 놀란은 실제로 촬영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번 ‘오펜하이머’의 핵폭발 장면도 재래식 폭탄을 사용하여 재현하였다고 하여 놀라움을 더했다.

  감독은 전작에서도 보였다시피 이번 작품에서도 시간을 중요하게 다루었다는 점을 작품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작품에서 영화는 여러 시점으로 분할되고 교차된다.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폭탄을 만드는 과정,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려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된 보안 청문회 장면, 사적 복수심에 사로잡혀 오펜하이머를 궁지로 내몬 스트로스 상무장관의 인사 청문회 전후, 이렇게 세 가지 시점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면에서 음악과 화면을 통해 완급을 조절하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는 국내에서 2023년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개봉하였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중 최장시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놀란 감독 최초의 전기 영화이다. 놀란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개봉 첫 날 55만 관객을 동원하여 압도적인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여 그의 역대 흥행 영화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또다시 흥행 기록을 세워나가며 놀라운 흥행 신드롬의 포문을 열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추진한 핵폭탄 제조 프로젝트를 주도한 과학자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인 오펜하이머 역은 놀란 감독과 오랜 기간 같이 해온 배우 킬리언 머피가 맡았고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 플로런스 퓨, 조쉬 하트넷,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나, 데인드한 등이 같이 호흡을 맞추었다.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를 주인 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복잡한 인물에 끌린다”고 언급했다. 감독이 추구하는 “인간적 결함을 가진, 복잡한 상황에 처한 인물”과 “쉽게 답을 주지 않는 이야기”에 오펜하이머는 최적화된 소재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인물 자체가 스포일러라는 치명적인 어려움에도 전기 영화라는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였다.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오펜 하이머, 국내 반응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영화”, “3시간을 한순간으로 만들어버린 작품”, “무엇보다 배우들 연기가 최고” 등 실 관람객 들의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다.

  많은 관객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지만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있었다. 하미드 다바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동 전문 매체〈미들이스트아이〉 기고글에서 중산층이 주로 사는 뉴욕 맨해튼 영 화관에서는 티켓이 매진되었지만 노동자 계층이 찾는 뉴욕 할렘 영화관에는 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놀란이 대량살 상무기를 개발한 사람을 미화하는 데 자신의 풍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라고 비판했다. 영화가 로스 앨러모스 노동력의 11%를 차지했던 여성 노동자와 과학자들의 업적을 외면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들이 무색하게도 서점가에서는 원작과 각본집이 순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오펜하이머와 그 과학적 이론들을 설명하는 유튜버나 블로그 글들 이 성행하였다.

  오펜하이머 영화는 도덕성과 지식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영화에서는 과학적으로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지만 도덕성에 대한 자책감으로 힘들어하는 오펜하이머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런 모욕을 견딘다고 사람들이 용서해 줄 줄 알아? 아니야”라는 키티(에밀리 블런트)의 말을 통해 끝내 그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못박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오펜하이머가 어느 정도의 파급력과 희생을 예상하긴 했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무지했음을 나타 내면서 나이브(naiv) 한 태도가 위험 했고 그것이 결국 파멸을 초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황적으로 오펜하이머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지만 세상을 바꿀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의 도덕성에 대해서 생각할 만한 거리를 안겨준다. 일은 일어났고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단순 재미를 넘어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전하는 ‘오펜하이머’는 아직 영화관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꼭 접해 보길 바란다.

 

권수민 기자 s00m1n@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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