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산성을 작성하면서 항상 매 호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하지?’ 라는 막막함에 부딪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번 호도 어떤 주제로 쓸지 고민하던 중, 이왕 이번 행주산성 주제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나 강연을 보고 감상문 같지 않은 감상문을 써보자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아무래도 TED 강의였고 그 중 나의 눈에 들어온 건 ‘지배자가 아닌 리더가 되어라’ 라는 사이먼 사이넥 강연이었다. 대략 11분 이라는 짧은 강연이지만 내가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난 사이먼이 말하는 리더의 조건을 갖추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지배자가 아닌 리더가 되기 위해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여러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위대한 리더는 사람을 우선시한다

 사이먼 사이넥은 “위대한 리더는 숫자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숫자를 버리는 사람이 바로 리더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그 예시로 중서부에서 베리웨밀러라는 거대한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밥 채프먼의 행동을 언급했다. 대다수의 회사는 불경기가 도래하면 현재 회사의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가 없어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천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절약하는데 밥 채프먼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밥은 머리로 내리는 판단을 신용하지 않았고 가슴으로 내린 판단을 신용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슴으로 내린 판단은 구체화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때 밥은 ‘임시 휴가 제도’를 생각했고 이는 직원을 해고하는 대안으로 제도를 도입했다. 이 임시 휴가 제도는 비서부터 CEO까지 무조건 4주간의 무급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얼핏 보면 무급 휴가에 무조건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기에 강압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사이먼은 이 내용을 발표한 방식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밥은 이 제도에 대해 “우리 모두가 조금씩 고통 받는 것이 낫습니다. 우리 중 몇 명이 크게 고통을 받는 것보다 말이죠.” 라고 말했다. 이 말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올라갔고 회사는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위험을 무릎 쓰는 리더의 모습으로 직원들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고 이는 곧 회사 내에서는 자연스럽게 서로 신뢰하고 협동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여유가 없는 사람 대신 무급휴가를 사용하는 것과 말이다.

 

지배자는 리더가 아니다

 사이먼은 지배자란 숫자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는 사람이라고 본다. 지배자가 된다면 사람들은 그저 지배자가 시키는 대로 일할 뿐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 즉,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위험을 감수하기에 리더인 것이고 이 행동이 계산된 숫자로 도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사이먼이 말한 대로 사람을 얻는 것이 숫자를 구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배자의 예시로 일론 머스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물론 그가 트위터의 직원을 반 이상 해고한 이유가 블록체인 기술의 사용 확대를 위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행동한 것이기에 리더가 아닌 지배자 쪽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리더인가 아니면 지배자인가?

 이 강연을 듣고 난 후 지금의 나는 리더의 길을 걷고 있는 지 아니면 지배자의 길을 걷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마음만으로는 항상 ‘사람이 먼저지!’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나도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할 때도 있었다. 다른 팀원도 할 일이 많은데 내 할 일이 많다고 일을 넘기기도 했었고 내가 하기 싫은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고도 했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나도 가끔 지배자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반대로,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사람이 급히 만나자고 했을 때 하던 일들 모두 버리고 그 사람 에게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것이나, 내 말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들이 사이먼이 말하는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먼저 구하면서도 숫자도 구해질 수 있는 것이지만 모든 일에서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다. 사이먼이 말했듯 숫자가 먼저가 아닌 사람을 우선으로 두고 그들을 위해 먼저 위험을 무릎 쓰는 사람이 바로 리더가 아닐까. 또한 그러한 사람이 리더인 조직이 우리 모두가 일하고 싶은 그런 곳이 아닐까.

 

이수연 편집국장 whitestarlee@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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