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일 실시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하는 반수생이 역대 최고치인 9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이 수능에서 배제된 데다 '의대 광풍'이 겹치면서 수능에 재도전하는 대학 휴학생들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년도별 대입 반수생 수를 도식화한 그래프  (출처: 매일경제)
학년도별 대입 반수생 수를 도식화한 그래프 (출처: 매일경제)

 

사교육 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지난 619,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또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수능 킬러문항 배제 정책은 사전에 발표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금시초문이라며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 정책을 사전에 발표했다는 정부 측이 근거로 드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교육개혁 일환으로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강화를 외쳐왔다. 이러한 기조가 평가원 발표에 반영됐고, 이는 곧 킬러문항 배제 정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킬러문항 배제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는 의미다. 사전에 이미 발표했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홍보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선 자유롭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전·현직 교사들이 학원가에 킬러문항을 판매했다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며, 킬러문항 배제가 타당하다는 입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반수생 역대 최고치

 지난 22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 수능에 응시하는 대입 반수생 수는 약 9만 명으로 추정된다. 반수생은 대학에 다니다 수능을 다시 보기 위해 2학기에 휴학을 하고 입시에 재도전하는 수험생을 뜻한다. 통상 대학에 입학한 상태인 반수생은 학기 중 치러지는 6월 모의평가에는 응시하지 못하게 된다. 종로학원은 이점을 감안해 2024학년도 수능에 지원한 재수생 수(177,942)에서 6월 모의평가 접수자(88,300)를 빼는 방식으로 반수생 규모를 추정했다. 이는 평가원이 2011학년도 모의고사 접수 통계를 공개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반수생이 급등한 데에는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킬러문항 배제로 수능에서 변수가 최소화됐다는 점이 학생들의 대학 재도전 수요를 부추긴 것이다.

 반수로 입시 재도전에 성공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연쇄적으로 대학을 중도 이탈하는 학생도 증가한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중도이탈 학생이 1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2024학년도 전국 4년제대 모집 인원이 341576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 신입생 3명 중 1명꼴로 중도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대 정원 확대로 더욱 증가할 반수생

 정부는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와 최근 급격한 인구 고령화 추세로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2050년까지 의료수요는 지속적으로 많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초 밝힌 대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은 늘어나게 된다. 확대 규모는 의과 대학의 수요 조사 등을 통해 정원 확대 폭을 결정하며, 내년 상반기 중에 대학별 정원 배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전체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인구가 증가한다면 2050년까지 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임상의사는 더 부족해질 전망"이라며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교육계는 향후 반수생 수와 대학의 중도이탈 학생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학원가에서는 벌써 의대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의대 진학을 위해,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상위권 대학 일반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향후 의대 모집 정권 확대 요인도 이런 연쇄적 이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반수뿐 아니라 편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의 대규모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 분석했다.

고동근 기자 rhehdrms2003@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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