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랑스 네티즌이 게시한 지하철에서 발견된 빈대
한 프랑스 네티즌이 게시한 지하철에서 발견된 빈대

    프랑스에서 빈대와 관련된 뉴스가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몇 주째 장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빈대가 출몰한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공유하면서 “프랑스는 관광대국에서 빈대 천국으로 변했다”며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한 편으로는 “빈대사태가 확대되면서 정치적 갈등까지 촉발시키고 있다”는 영국 가디언 지의 분석도 있었다. 또한 파리 지하철에서, 고속 열차와 공항에서 빈대가 출몰했다는 관광객, 시민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SNS에 번지면서 “충격과 혐오감이 프랑스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고도 가디언 지는 전했다.

  밝혀진 빈대의 모습

  프랑스를 뒤흔든 빈대는 거대한 것이 아니었다. ‘사과 씨보다 작은’ 이 빈대는 몸 길 이가 대략 4~7 밀리미터로 납작한 타원형을 가지며 적갈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은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면 몸이 빨갛게 변하며, 하룻밤에 최대 90번까지 물어뜯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빈대의 습격은 여름 바캉스가 끝난 후에 시작되었으며, 극장, 기숙사, 지하철 등에서 빈대가 출몰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 극장에서도 빈대를 본 사람들의 증언과 사진이 SNS에 퍼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빈대가 발견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는 곳도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

  빈대로 인한 피해

  빈대는 모기처럼 전염병 매개 곤충에 속하지는 않지만, 우리 생활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곤 한다. 빈대로 인해 2019년 프랑스인들이 쓴 치료비 등 보건 비용은 8천3백만 유로(약 1,181억 원)인데, 여기엔 삶의 질 저하, 수면 장애와 정신적 충격 관련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서 빈대에 물리고 난 뒤 신체적으로는 극심한 간지럼증과 피부 병변의 고통을 겪고, 정신적으로는 수면 장애와 불안, 공포감, 사회적 단절감에 시달린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빈대가 나와 수개월 동안 집 밖을 나서지도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했다거나, 밤마다 잠을 설쳤다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고 이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빈대가 내 삶을 앗아갔다, 끝없는 악몽이다”라며 토로하는 것이 과장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기를 맞은 프랑스의 대처

  사실 빈대는 프랑스에서 수십 년 동안 문제가 되어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빈대들은 1950년대에 사라졌다가 1990년대에 다시 출몰하기 시작했다. 빈대들이 다시 출몰한 것에 대해서 지구온난화와 관광인구 증가가 빈대의 번식을 촉진하는 유력한 요인으 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역대 4 번째로 더운 여름을 겪은 프랑스에서 빈대 출몰 횟수가 증가했으며, 방역 업체의 대응도 늘어났다고 밝혀졌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빈대 관련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으며, 살충제 내성과 방역비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빈대 문제는 방역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낙인과 앞서 말했듯 건강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온 파리 올림픽, 빈대 문제는?

  더 큰 위기는 내년에 예정된 파리 올림픽이다. 빈대가 판을 치는 이 상황에서 프랑스는 ‘빈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 프랑스 정부와 의회 측은 빈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이 상황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면 내년에 있을 파리 올림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빈대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확실한 수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창현 기자 chpark0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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