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24일 기준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 10 순위에도 1위 자리를 올라간 만큼 화제가 되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으로 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배우)’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마음 시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성장하는 드라마이다.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가 자신이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집필한 것으로 드라마와 달리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각각의 특징을 살린 동물로 묘사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등장인물 ‘송유찬’의 공황장애 증상을 물에 빠진 상태로 표현 (출처:넷플릭스)
▲ 등장인물 ‘송유찬’의 공황장애 증상을 물에 빠진 상태로 표현 (출처: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드라마이다. 주인공을 포함해 의사나 친구 등 그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하나씩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의 경우 손가락 마디를 꺾는 강박증을 가진 인물이고, 주인공 정다은 간호사의 오랜 절친인 ‘송유찬’의 경우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서 일하다 쏟아지는 일에 공황장애를 가지게 되어 퇴사 후 치료를 받게 된다. 주인공인 정다은 간호사도 역시 가장 마음을 쏟았던 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을 겪고는 심각한 우울증의 늪에 빠지 게 된다. 더불어 환자와 간호사가 직업적으로만 나뉠 뿐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이 드라마는 보통의 의학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지점이 있는데 바로 의사-간호사-환자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와 절대자로서 그 고통을 고쳐주는 의사라는 분명한 경계를 세워두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그 경계를 흐릿해져 있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함이다. 즉, 정신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저 감기와 같은 질병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러한 구도를 의도적으로 넣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의료진의 경험이 녹여진 드라마

 정신병동을 다룬 이야기인 만큼 어느 작품보다 세심한 현실 반영과 질환 그리고 환자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이에 제작진과 배우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에게 자문을 구하고 직접 실제 현장을 참관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를 감상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공의, 간호사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와 사실성이 높은 작품이다” 라며 언급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 라고 생각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학업 스트레스, 직장 상사와 부모님의 압박 등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원으 로 촉발될 수 있는 정신질환을 다뤄서 좋았다”며 “특히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한 것 같다고 느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감독과 배우가 전하는 드라마의 메시지

▲ 주인공 ‘정다은’ 간호사와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 (출처:넷플릭스)
▲ 주인공 ‘정다은’ 간호사와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 (출처:넷플릭스)

 이재규 감독은 “현대사회의 절반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많은 사람들이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과 주변인들이 이를 어떻게 봐야할지, 어디서부터 마음의 병이 왔는지,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감기만 걸려도 약을 먹고, 병원에 가는 건 너무 자연스럽지 않나. 그런데 마음의 병에 걸리면 쉽게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몸이 아픈 것과 마음이 아픈 건 같은 문제이기 때문에 빨리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다은 간호사 역을 맡은 박보영 배우도 “저희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희망차고, 희망을 드리는 드라마다. 그런데 너무 희망을 드린다거나, 그런 미래만 있을 거라는 것 보다는 아침이 언젠가는 오니까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시더라도 내레이션에도 ‘뻔한 희망’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뻔한 희망을 위해 저희도 버티고 간호사 분들도 도와주려고 하시니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뻔한 희망을 위해 조금 더 버텨주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마음이 힘들 때 도움을 청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안내서’이다. 옆에 있는 주변인들도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사 람들에게도, 무심코 내 마음을 돌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정신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인 병’ 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이수연 편집국장 whitestarlee@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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